신용평가사들이 롯데하이마트(071840) 등 국내 유통업체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전반적인 소비가 줄면서 경쟁은 심화돼 실적이 크게 타격을 받는 등 재무 구조가 악화한 영향이다. 설상가상 e커머스 업체의 시장 공략이 극심해져 유통업체의 수익 회복 속도도 당초 예상보다 느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통 업계의 자금 조달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하이마트(139480)의 장기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단기 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하향했다. 한국기업평가(034950)도 최근 롯데하이마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췄다. ‘A+’급부터는 상위 등급에 비해 회사채 금리가 큰 폭으로 높아지는 비우량채로 구분된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유통 시장에서 롯데하이마트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롯데하이마트는 고금리 국면에서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에 2022년 매출 3조 3000억 원, 영업손실 52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긴 했으나 매출이 2조 6101억 원으로 21.8%가량 역성장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0.3%에 그쳤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가전제품의 온라인 구매 확대와 오프라인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집객력이 약화됐다”며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로 전 품목에서 판매가 감소해 매출 저하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비용 효율화 노력에도 매출 정체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력이 원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당기 순손실로 축소된 자본규모에 의해 재무구조 가변성이 높아졌으며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유무형자산 손상차손 추가 인식 가능성이 존재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이 내려간 것은 롯데하이마트 뿐만이 아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12월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기존 A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추후 수익성과 재무구조의 변동에 따라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마트의 EBITDA 마진율과 순차입금/EBITDA 등 주요 신용평가 기초 지표들은 A~BBB 등급 수준으로 저하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유통사들의 수익성이 단기간 내에 유의미한 성장세를 나타내기 어려워 수익성 악화 및 자금 조달 비용 증가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통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하면서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되면서 1월 주요 유통업체의 실적은 상당히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저가형 식품 소비 확대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경기 침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최소한 1분기까지는 이런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며 특히 오프라인 부문은 당분간 부진할 수밖에 없는 영업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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