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업계가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감축과 함께 꺼내든 또 다른 카드는 점포 매각 및 통폐합이다. 점포를 매각해 자산을 유동화하는 한편 점포 통폐합으로 비용을 줄여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25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139480)는 신세계(004170)프라퍼티를 통해 점포 155곳 중 매출 하위권 20%에 속하는 점포를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주점·남원점·수색점·신촌점 등 30곳 안팎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역시 매각 대상 점포를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 정리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마트는 과도한 온라인 투자와 외형 확장에 집중하면서 매출액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뒷걸음질쳤다. 현금성 자산도 2020년 6987억 원에서 2021년 1238억 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와 함께 자회사인 신세계건설(034300)이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미분양 채권 손실 등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신세계건설의 우발채무는 4조 원 수준이며 이 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금액은 2800억 원에 달한다.
앞서 이마트는 2019년부터 꾸준히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부동산 자산 유동화에 집중했고 2021년부터는 동광주점·감삼점 등 2곳의 점포를 시작으로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2022년에는 가양점과 별내점 주차장 부지를 처분했고 지난해에는 성수점과 본사 건물 등을 팔고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추진하는 매각 역시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마트는 8월 죽전점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리뉴얼은 이마트 색채를 빼고 ‘스타필드 마켓’ 브랜드를 단 첫 번째 매장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1년부터 홈플러스는 4개의 매장을 매각했고 롯데마트는 1개 점포를 팔았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꾸준히 점포 매각을 추진했지만 거래 대금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실제 매각은 지지부진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올해 대형마트의 매각 대상 점포가 홈플러스 1개, 롯데마트 4개(슈퍼 2개 포함) 등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할인점·e커머스 등 본질적인 사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파격적인 비용 축소 없이는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정용진 회장의 취임 이후 첫 번째 미션은 희망퇴직에 이어 점포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로 이마트·신세계건설 등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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