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처음으로 분리 공개한 반도체 파운드리(주문생산) 매출이 삼성전자(005930)를 넘어선 글로벌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내부 물량에 힘입어 삼성전자를 제친 것이다. 파운드리 복귀 천명 후 거액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인텔은 올해 막대한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칩스법(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비롯한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2030년까지 흑자 전환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2일(현지 시간) 인텔은 파운드리(IFS) 회계를 분리한 최근 3년간 실적을 공개했다. 지난해 파운드리 부문은 매출 189억 달러(약 25조5700억 원), 영업손실 70억 달러(약 9조470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26% 줄고 영업손실은 34% 늘었다.
캐시카우인 중앙처리장치(CPU) 등 제품 부문 실적도 악화됐다. 인텔은 지난해 제품 부문에서 매출 477억 달러(약 64조3000억 원), 영업이익 113억 달러(약 15조2000억 원)를 기록했다. 각각 2022년보다 16%, 19% 줄어든 수치다. 파운드리 적자에 제품 수익 감소가 겹치며 지난해 전사 영업이익은 9300만 달러(약 1250억 원)로 2022년 23억 달러(약 3조1000억 원)에서 98% 급감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둡다. 인텔은 파운드리 적자가 올해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만 400억 달러(약 54조 원)를 들여 공장 신설·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으나 본격적인 가동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탓이다. 인텔 파운드리 실적은 예상을 하회하긴 하지만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규모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을 133억 달러(약 18조 원)로 추정하고 있다. 비록 인텔 파운드리 실적 중 95%인 179억 달러가 내부 물량이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에도 내부 물량이 포함되고 있다.
인텔은 올해부터 외부 수주를 본격 확대해 2030년까지 명실상부한 2위 파운드리로 올라서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텔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고객사 영입을 발표한 바 있고, 외부 수주 예약 물량도 150억 달러(약 20조 원)을 돌파했다. 195억 달러(약 26조3000억 원)에 달하는 미국 정부의 칩스법 보조금·대출 지원도 인텔에게는 단비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030년까지 연간 외부 수주 150억 달러를 달성하고 흑자 전환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