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후퇴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 시기도 밀려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3%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하반기 2% 중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됐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이코노미스트와 연구위원 등 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경 금통위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이 이달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 후 9회 연속 기준금리를 3.5%에 묶어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급등과 유가 불안 등으로 인해 한국이 미국·유럽 등 주요국보다 먼저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달 중순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며 1350원을 넘어선 바 있다. 국제유가 역시 기준물인 브렌트유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와 같이 ‘강(强)달러’ 기조가 뚜렷한 흐름에서 섣불리 기준금리를 낮추면 환율 변동이 급격히 커질 위험성이 있다”며 “유가 불안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이달에도 기준금리는 동결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6월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도 덩달아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미국은 고용지표가 양호한 데 비해 물가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5%로 2월(3.2%)보다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만큼 6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더 강해지는 상황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반면 물가 불안이 여전해 7월 이후에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며 “한국은 물가 불안과 가계부채 위험성 등이 여전히 높아 4분기는 돼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google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반도체 등 수출을 바탕으로 2% 초반대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물가 상승률도 하반기께 2% 중반에 안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경 금통위 서베이 결과 올해 경제성장률은 평균 2.1%로 나타났다. 또 상반기와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각각 평균 2.76%, 2.48%로 집계됐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 침체가 여전하지만 수출 등 대외적 개선 흐름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2.2%를 달성할 것”이라며 “근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해 하반기에는 2.4%의 물가 상승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통위원 7명 중 조윤제 위원과 서영경 위원이 이달 20일을 끝으로 퇴임하며 후임 위원 인선이 늦어질 경우 5인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다만 금통위원 구성의 변화가 통화정책 결정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명이 나가고 후임자가 누가 들어오든 금통위는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신임 금통위원의 성향 등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긴 하지만 그분들은 금통위원으로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성향이 중요하진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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