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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환율 요동 속…경기 빠르게 짚을 'PMI'가 없다

경제지표가 부족하다 <상> 좌표 없이 뛰는 정부

생산·주문추이 등 적시에 확인

타국 상황과 비교할 때도 유용

韓, 서비스업 소비 간접파악만

정부선 "기업이 정보제공 꺼려"

KDI·대학 등 기관 활용 검토를

선박들이 지난 1일 부산항에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내수 부진에 중동발 리스크로 유가와 환율까지 요동치는 가운데 정부가 경기와 산업동향을 빠르게 진단할 지표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물론 중국·유럽 등이 공표하는 구매관리자지수(PMI)부터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정부가 시의성 높은 정책을 집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경기를 미리 파악할 때 중요한 정보 중 하나가 PMI”라며 “한국은 이를 생산조차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 과정에서 크게 참조하는 산업활동동향의 경우 공표 시점과 비교했을 때 1개월 정도 차이가 난다”며 “해외에서는 국내총생산(GDP) 추산이 금융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보니 민간에서도 많이 생산하는데 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거시경제 대응 역량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PMI는 매월 기업의 구매 관리자를 대상으로 생산, 신규 주문, 재고, 고용, 가격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작성하는 심리지표다. 지수는 0부터 100까지의 값을 갖는데 50을 넘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구매 담당자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공급관리자협회(ISM)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PMI를 발표하며 중국은 정부와 민간 경제 매체 차이신이 각각 매달 PMI를 공개한다.

자본시장에서는 PMI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경기 확장 여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PMI는 다음 달 초에 바로 나온다. 미국 ISM의 경우 3월 제조업 PMI가 4월 1일에 공표된다. 서비스업은 다음 달 3영업일째 나온다. 지난달 31일 중국 정부의 3월 PMI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50을 넘기자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PMI를 포함한 중국 경제지표가 다시 확장 구간으로 돌아서며 중국 경제에 훈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PMI는 다른 나라와의 경기 상황을 비교할 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민간은 물론 정부에서도 PMI를 발표하지 않는다. S&P글로벌에서 한국 제조업 PMI를 조사하지만 서비스업은 빠져 있어 내수 상황과 전체적인 경기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정부는 재화 소비에 대해서는 소매판매 지표로 동향을 분석하는 반면 서비스 소비는 서비스업 판매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공식 진단을 담은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도 소매판매에 대한 해설은 담겨 있지만 서비스업 소비는 따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경제인협회에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발표하지만 설비투자, 인력, 자금 사정 등도 포괄적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구매 부문만 설문하는 PMI와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전체 산업생산 등을 가늠할 수 있는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은 약 1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어 시의성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산업활동동향 지표의 시의성 때문에 산업 부문을 점검할 때 월초 공표되는 수출입동향 등에 의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PMI 설계를 충분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수석연구위원 역시 “비제조업 BSI를 예로 들면 한은 통계에서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출 600대 기업에 국한한 한경협은 위로 올라가는 추세”라며 “PMI를 개발할 경우 표본에 따라 집계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PMI와 관련해 내부 정보를 외부에 제공하는 것을 꺼려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PMI가 있으면 좋지만 기업들이 제공을 상당히 꺼려한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공공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서울대 같은 대학을 이용하면 된다는 조언도 있다. 뉴스 데이터 같은 다른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한은 뉴스심리지수는 실제로 경기 상황과 잘 부합하는 측면이 있어 리서치용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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