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코코아 대란’이 현실화되며 국내 식품업계가 중남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대 산지인 아프리카에 질병이 발생한 탓에 코코아 원물 가격이 나날이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실적 방어에 나섰지만, 당분간 원물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체 산지를 물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280360)는 원재료 코코아 가격 상승을 반영해 다음 달 1일부터 초콜릿이 든 가나초콜릿과 빼빼로 등 17종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대표 초콜릿인 가나초콜릿(34g) 가격은 1200원에서 1400원으로 200원 인상된다. 빼빼로(54g) 가격은 1700원에서 1800원으로 변경된다. 이와 함께 크런키(34g)는 1200원에서 1400원으로, ABC초코(187g)는 6000원에서 6600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성수기를 앞둔 빙과류 중에서는 구구크러스터가 5500원으로 500원 비싸지고, 티코의 경우 6000원에서 7000원으로 가격이 변경된다.
롯데웰푸드가 초콜릿 제품의 가격을 올린 것은 코코아빈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코코아 선물가격은 톤(t)당 1만1035달러로 전일 대비 9.63%가 올랐다. 1년 전만 하더라도 3000달러대에서 거래되던 코코아 선물은 3배 이상 올랐다.
코코아 가격 상승은 이상 기후 현상으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촉발됐다. 세계 코코아 수확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 엘니뇨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질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코코아빈 생산량이 급감했을 뿐 아니라 사재기 수요까지 몰리며 원물 가격 인상을 유발했다.
롯데웰푸드의 경우 직접 카카오빈을 수입·가공해 대표적 판형 초콜릿 ‘가나’를 생산하는 터라 카카오 원물 가격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특히 허쉬 등 글로벌 제조사에 비해 매입 규모가 작다 보니 가격 협상력 측면에서도 약하다는 게 부정적인 요인이다.
이에 업체들은 대체 산지인 중남미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대표적인 게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다. 이 곳에는 카카오 역병이 없는 터라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코코아 원물 204톤을 수입한 데 이어 연초 이후 50톤을 벌써 수입했고, 에콰도르는 지난해 58만톤을 수입했고 올해도 4톤을 수입했다.
식품업계가 코코아빈 대체 수요를 확보하기는 했지만, 가격 인상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남미 지역의 특성 상 높은 물류비로 인해 가격에 반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리온(271560)의 경우 카카오 가루를 활용해 ‘투유’ 등 판형 초콜릿과 초코송이, 다이제 등 과자류를 생산한다. 이렇다 보니 원물 가격 인상에 다소 영향을 덜 받지만 추후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인상계획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