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을 통해 양곡 등 농산물의 가격을 보전하는 정책은 수급 조절 기능을 약화해 공급 과잉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어업위)가 3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한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김한호 농어업분과위원장은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은 미국·일본 등 어느 나라에서든지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가격지지 또는 정부 매입 등을 통해 예산과 정부 재고 부담이 가중되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생산자가 장기적으로 위험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생산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며 “국회가 제안한 법안을 보면 가격 폭락 또는 폭등의 기준을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해 정책 기준이 불확실해서 정치적인 쟁점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인천대학교 교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생산비 등을 반영한 가격 보전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가격 신호에 따른 수급 조절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며 “가격보전은 공급과잉 확대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쌀 수급 상황을 보면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더 줄어들고 있다”며 “이미 현 상태에서도 쌀 생산량은 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과잉 생산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2022년 벼 재배 면적은 연 평균 1.7%까지 줄었으나 생산 효율 증가로 인해 실제 쌀 생산량은 연 평균 1.2%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연 평균 2.3% 줄어 소비량의 감소폭이 생산량 감소폭보다 더 컸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양곡법과 농안법은 특정품목 쏠림 현상과 가격안정제 대상이 되지 않는 품목의 과소 생산을 야기해 농산물 수급 불안과 가격 불안정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폭락할 경우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 가격이 기준치 미만으로 하락하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가격보장제’를 골자로 한다. 야당은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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