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미국 주도의 반도체 자국 생산 기조가 유지되면서 글로벌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미국의 중국 견제는 피할 수 없는 상수가 돼 한국의 산업과 통상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이 12일 펴낸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금번 미국 대선은 미중 전략 경쟁으로 인한 세계 제조업 국제 분업 구조 재편의 범위와 깊이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우선 연구원은 반도체의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미국 주도의 제조 기반 내재화 및 대중 수출통제로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 내 생산 증가에 따라) 향후 미국 및 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기면 “반도체 지원법 인센티브 관련해 동일 지원 수준 대비 추가 투자 요구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 대상 고율 관세 부과로 우리 반도체 판로에 단기적 충격 발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대응 지원을 강화하고 중국 중심의 반도체 충격 완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 진출을 전폭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의 경우 바이든 당선 시 미국에 대한 내연차와 전기자동차 수출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지만 트럼프가 승리하면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태평양 및 중동 등 수출 시장을 미리 다변화해야 한다는 게 연구원의 조언이다. 2차전지는 바이든 재선 시 미중 전략 경쟁 심화로 공급망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으며 트럼프가 집권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지원 규모 축소로 대미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철강의 경우 바이든은 탄소국경세(CBAM) 도입에 속도를 낼 수 있고 트럼프는 무역확장법(232조)에 근거해 관세 인상 및 쿼터 축소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산업연구원은 “국산차에 대한 고율 관세 회피 노력 및 현지 제조 시설 부품에 대한 원산지 규제 등 대응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미국의 IRA 축소 시 국내 투자 촉진을 위한 인력과 세제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미래 30년은 안보·주권 등 전략 논리에 따른 국제 분업 구조 재편기이기에 정부 조직과 기능 역시 한 차례 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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