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해·재난예비비가 0원인 지방자치단체가 39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때 이른 더위와 함께 기록적인 폭우가 예상되는 등 이상기후가 빈번해지고 있지만 재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지자체는 지난해보다 10곳이나 늘어났다. 지난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는 올해도 재해예비비를 전혀 책정하지 않은 지자체 중 한 곳이다.
15일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지방재정365)에 최근 공개된 올해 일반예비비 및 재해‧재난목적예비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주시 외에도 서울 종로·중구·성북·강남·송파구, 부산시와 부산영도·북구·해운대·사하구가 재해예비비 편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구 달서구, 인천시와 인천 중구·연수·남동·서구·옹진군을 비롯해 경기도, 경기도 의정부·안양·광명·평택·안산·구리·남양주·군포·의왕시도 편성되지 않았다. 청주시의 경우 재해예비비를 편성하지 않더라도 일반예비비를 통해 재해·재난 대응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수해 당시에도 청주시는 일반예비비에서 90억 원을 사용했다.
다만 재해예비비가 1% 미만인 지자체는 지난해보다 31곳이 증가한 217곳이었다. 대구시(0.02%)와 울산시(0.04%), 서울시(0.06%), 전북(0.07%), 강원·대전(0.09%) 등 대다수 광역단체가 0%대였다. 광역시도를 포함한 243곳의 지자체 가운데 89.3%가 1% 미만이었다. 현재 재해예비비는 일반예비비와 별도로 재해·재난 관련 용처가 정해져 편성되는데 이에 대한 상·하한액 규정은 없다.
반면 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일반예비비를 편성하지 않은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 재해예비비는 전혀 편성하지 않았던 서울 성북구는 법정 한도(전체 예산의 1% 이내)를 딱 맞춰 일반예비비를 채웠다. 용처가 정해진 재해예비비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반예비비 편성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예비비 재량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일반예비비가 유리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상기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산 당국으로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한 예산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데 지방교부세를 받은 지자체는 재해 대응에 인색한 예산편성을 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재해예비비 편성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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