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성차 업계가 동남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 동남아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의 전동화가 지체된 데다 미국의 높은 대중 관세 등 다른 지역에서 확보할 수 있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현지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현대차도 출혈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日 전동화 둔화에 중국 전기차 ‘가속도’
2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 시장에서 중국기업의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시장의 약 76%(1위), 말레이시아 시장의 44%(1위), 인도네시아 시장의 42%(2위)다. 특히 중국 대표 전기차 기업인 BYD는 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우링은 인도네시아에서 44.5%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차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판매량 기준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중국기업이 차지했다.
동남아에서 중국 전기차의 지위가 오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전동화 지체다. 과거 일본은 동남아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하며 압도적인 기세를 떨쳤지만 ‘전기차 캐즘’에 전동화에 대한 전략을 재수립하며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빈틈을 노린 중국이 전기차 보급단계에 있던 동남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을 빠르게 차지했다.
중국 전기차가 저렴하다는 점도 인기비결이다. BYD는 핵심 원자재·배터리·반도체·전장부품 등 수직계열화에 이루며 값싼 차량을 공급하고 있다. 우링의 경우 인도네시아 생산기지에 중국 협력업체들과 동반 진출하는 등 공급망의 40% 이상을 현지에 구축하며 비용을 감축하고 있다. 중국와 동남아를 잇는 ‘서부 육해 신통로’ 등으로 물류비 절감도 이뤄내고 있다.
美 100% 관세에 동남아 ‘풍선효과’…현대차도 출혈 예상
중국의 동남아 진출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14일 중국의 저가공세에 맞서야 한다며 전기차·반도체·배터리 등 분야에서 180억 달러(약 24조 6000억 원) 규모의 25~100%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 전기차의 미국 판매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최근 유럽연합(EU)이 미국의 공동 전선에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기차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중국이 동남아 시장에 대해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의 관세 발표 이후 “동남아시아가 중국 자동차 과잉 생산의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잠재적으로 중국의 값싼 자동차의 미국진입을 막는다는 점에서 (이번 제재가) 도움이 된다”면서도 “다만 풍선효과로 동남아 등 다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 변화에 동남아 시장 진출에 뛰어들고 있는 현대차도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2010년부터 동남아 시장을 본격화하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주요 거점으로 삼아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동남아 6개국 판매량은 18만 대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압박이 심해지면서 동남아는 중국의 ‘생명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동남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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