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로 명명된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개발은 내년에 정부가 수립할 자원개발기본계획과 자원안보기본계획 등에 최우선순위로 반영된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원활한 탐사를 뒷받침하고자 조광권자인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출자액을 대폭 늘려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승인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계획은 자원개발기본계획·자원안보기본계획 등의 법정계획에 들어간다”면서 “다만 어떤 형태일지에 대해서는 구체화하기 전인데, 에너지 수급 안정 및 자원안보 확보 차원에서 국내건 해외건 심해(깊은 바다)건 천해(얕은 바다)건 반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원개발기본계획은 5년 주기로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과 ‘(국내)해저광물자원개발기본계획’을 한 데 묶은 10년짜리 장기 종합 자원개발 청사진이다. 직전 버전은 2020년 5월 확정돼 내년에 재수립 시기가 도래한다. 정부는 4년 전도 “국내 해저 대륙붕 개발 기반을 확충하겠다”며 석유·가스 부존 확인과 유망 탐사지역 발굴을 위한 공기업 주도의 연도별 탐사목표 물량 설정 등을 추진키로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2022년 석유공사 내부에 이번 깜짝 발표의 주역인 ‘광개토 프로젝트’ 팀이 꾸려졌다.
내년 2월 본격 시행되는 자원안보특별법에 따른 자원안보기본계획은 석유·가스와 같은 핵심자원의 수급현황 및 전망 등 전반을 담는다.
정부가 전날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을 언급한 곳은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해역(6-1광구·8광구 일대)의 수심 1㎞ 이상 깊은 바닷속이다. 넓이는 8900여 ㎢로 서울시 15개를 합친 면적이다. 탐사자원량은 석유 확산 기준 35억~140억 배럴에 달한다. 애초 기대를 크게 웃도는 규모로 정부 역시 2024~2026년 시추정 탐사, 2027~2028년 설비 공사, 2035년 상업 생산 등의 로드맵에 맞춰 장기계획을 손볼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석유공사는 오는 12월 유력 후보지인 대왕고래에 대한 첫 시추를 앞두고 세계적인 해양 시추업체 노르웨이 ‘시드릴’과 ‘웨스트 카펠라’라는 명칭의 시추선 사용 계약을 3200만 달러(약 440억 원)에 체결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하루 용선료(배 사용 비용)가 6억 5000만 원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한 번 구멍을 뚫을 때마다 1000억 원 이상이 드는 시추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부처별 예산요구서에 ‘(국내외) 유전개발사업출자’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편성된 유전개발사업출자 예산은 4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59.8%나 증가했다. 이 중 국내 유전개발분은 329억 원이다. 이는 석유공사 투자비 659억 원의 절반이다.
산업부는 올해 예산 책정 과정에서도 “2021년 생산이 종료된 동해 가스전에 이어 6-1 광구 및 8광구 탐사·개발을 통해 우리나라의 산유국 지위 유지가 필요하다”며 “동해 가스전의 경우 탐사단계인 1998~1999년 투자비의 100%, 개발단계인 2000~2003년 57%를 정부가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일본 내 대륙붕 탐사사업을 실시 중”이라며 “탐사사업은 50~75%(물리탐사의 경우 최대 100%), 개발사업은 50%의 지원율”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40%에서 올해 50%로 지원율을 상향했지만 전례나 일본 사례를 감안한 추가 지원 필요성을 에둘러 건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현안브리핑을 자처하면서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개발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라 예산 당국도 증액 요구에 화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 위한 ‘국면 전환용 쇼’라고 비판하면서도 “국회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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