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후 약세를 면치 못했던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에 외국인이 2차전지 업종에 대해 4거래일 연속 매수하는 등 수급이 개선된 데다 하반기 전기차 업황 회복과 유럽연합(EU)의 친환경 정책 도입으로 실적도 개선 흐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전날 대비 1만 5000원(4.46%) 오른 35만 1500원에 거래를 마친 것을 비롯해 삼성SDI(006400) 3.57%, 에코프로머티(450080) 13.96%, 포스코퓨처엠 5.15%, 엘앤에프(066970) 2.21%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국내 2차전지 주요 종목 10곳을 모은 ‘KRX 2차전지 TOP10’ 지수도 4.37% 올랐다.
수급이 한결 좋아진 게 주가 상승을 유인했다. 외국인은 대장주 격인 LG에너지솔루션을 이날 115억 원을 사들이는 등 3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삼성SDI에 대해서는 외국인이 51억 원어치 사들였는데, 이는 14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것이다. 에코프로(086520)머티의 경우 이날까지 기관이 17거래일 연속 사들였다. 매수 규모로는 총 493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외국인이 올 들어 5월까지 2차전지 업종에 대해 ‘팔자’로 일관했던 것과는 달라진 흐름이다. 실제 KRX 2차전지 TOP10 지수의 최근 6개월, 1개월간 낙폭은 각각 약 23%, 14%로 이 기간 테마 지수 중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2차전지 종목의 반등세는 눈에 띌 정도다.
전문가들은 물가 지표에 따라 왔다 갔다 했던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최근 다시 살아나면서 반도체를 필두로 2차전지 관련 종목들로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더해져 2차전지 업종의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짚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도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 2분기 실적이 직전 분기보다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지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저점”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실적 회복세를 점쳤다.
이날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의 발표도 호재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SNE리서치는 올 들어 4월까지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이 216.2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 대비 21.8%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점유율 13.0%로 3위를, 삼성SDI는 국내 3사 중 가장 높은 32.9%의 성장률을 기록해 4위를 차지했다. 삼성SDI의 경우 전년 대비 2계단 상승한 것이다.
중국의 CATL과 비야디(BYD)도 각각 1·2위를 기록했지만 대선 정국과 맞물려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5월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부과되는 관세를 7.5%에서 25%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EU의 친환경 정책과 맞물려 올 하반기와 내년부터 본격 긍정적인 실적 전망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부터는 전기차 및 전동 공구 수요 회복, 북미 신규 공장 가동 등으로 삼성SDI의 성장 모멘텀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7%, 영업이익은 70%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재 기업들에 신규 성장 동력원은 EU 탄소 중립 산업법”이라며 “특히 에코프로비엠(247540)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헝가리에 양극재 수직 계열화를 추진 중이며 유럽 셀 제조사의 신규 고객사 확보를 통한 중장기 차기 성장 동력원 확보도 가능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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