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투자 전문가를 대표로 영입한 종근당홀딩스(001630)가 반도체 장비 기업과 자율주행 관련 기업에 대거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근당(185750)홀딩스가 제약·바이오 사업을 하지 않는 기업에 직접 투자한 것은 3년 만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종근당홀딩스는 올 3월에만 국내 상장사 17곳에 총 48억 4400만 원의 투자를 단행해 9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으로는 삼성전자(005930)(1억 4700만 원), SK하이닉스(000660)(1억 6500만 원), 삼성SDI(006400)(1억 3800만 원), LG전자(066570)(2억 9300만 원) 등이 투자 대상이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띈다. 1분기 투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인 케이엔제이(272110)(4억 6400만 원)였고 17개 기업 중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분류된 곳만 6개에 달했다. 에스앤에스텍(101490)(3억 9600만 원), 티이엠씨(425040)(3억 7300만 원) 등이 대표적이다.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 다수에 투자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카메라 모듈·배터리 검사 장비 사업을 하는 하이비젼시스템(126700)(4억 5500만 원), 현대차그룹의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현대오토에버(307950)(4억 100만 원),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드림텍(192650)(3억 2800만 원) 등이 자율주행 관련 기업으로 분류된다. 에쓰오일(4억 6300만 원)과 GS(078930)(1억 9600만 원) 등 정유 관련 기업에도 투자했다.
이번 투자가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종근당홀딩스가 주로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종근당홀딩스는 2015년 한미약품(128940), 2016년 대한약품(023910), 2018년 헬릭스미스(084990), 2019년 바이오오케스트라 등에 투자했다. 종근당홀딩스가 제약·바이오 사업을 하지 않는 일반 기업에 투자한 것은 금호석유(011780)화학(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는 종근당홀딩스가 올해 초 투자 전문가를 경영진으로 영입하는 등 투자 기능을 강화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종근당홀딩스는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지낸 최희남 SC제일은행 의장을 대표이사, CJ그룹에서 인수합병(M&A)을 총괄했던 이희재 전 CJ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특히 이 이사는 2015년까지 JP모건에서 M&A를 담당했고 2015년 삼표그룹의 동양시멘트 인수, 2017년 CJ그룹에서 베트남 물류업체 인수, 뚜레쥬르 매각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종근당홀딩스는 이들을 선임하면서 “글로벌 금융회사, 대기업에서 다양한 M&A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신성장동력 발굴, 유망기업 투자 및 M&A 등 성장에 필요한 주요 의사결정에 뛰어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종근당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M&A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에 저분자화합물 연구개발(R&D)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종근당은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신규 모달리티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샤르코마리투스 병과 심장 질환 등의 적응증을 타깃으로 개발하던 신약 후보물질 ‘CKD-510’을 13억 500만 달러(약 1조 7302억 원)에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로 기술이전하며 M&A 실탄도 확보한 상태다.
종근당홀딩스는 올 3월 주주총회에서 투자 관련 사업 목적을 정관에 추가하기도 했다. 추가된 사업목적은 ‘신기술사업자, 창업자, 벤처기업, 중소·중견기업 등에 대한 투자 및 관리, 운영사업’, ‘엑셀러레이터 활동(창업자 선발, 보육, 투자 등)’, ‘벤처기업이나 창업자에 대한 투자’, ‘기업컨설팅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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