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운영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IT 산업 불황과 맞물려 각 기업 별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서비스에 대한 조기 종료 속도를 높이고 있다. 비용 효율화 기조가 지속되면서 잘 안되는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으로 투자를 돌려 첨단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16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035720)는 카카오톡 ‘혜택쌓기’ 서비스를 이달 말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시작해 1년 만이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톡에서 채널 추가 등 특정 임무를 수행했을 때 그 대가로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보상형 광고의 일종이다. 서비스 출시 당시 카카오는 광고주는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매출 증대를, 회사는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 대비 성과가 충분치 않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
이 뿐만 아니라 카카오는 지난 달 말 인터랙티브 스토리 플랫폼 ‘오아오아 에피’의 서비스도 출시 10개월 만에 조기 종료했다.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적재산권(IP)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사업 외연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만큼 이용자가 많지 않았던 탓이다. 카카오 측은 “기대했던 것 만큼 서비스의 확장성이 크지 않아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조 아래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게임사들의 운영 시계는 더 빨리 돌아가고 있다. 위메이드(112040)는 최근 야심차게 선보였던 블록체인 지갑 서비스 ‘우나 월렛’을 올해 9월 중으로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정식 출시 이후 약 6개월 만에 서비스 조기 종료 소식을 알린 것이다. 우나 월렛이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우나기’의 핵심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점에서 관련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넥슨은 최근 1년 동안 3개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온라인 슈팅 게임 ‘베일드 엑스퍼트’를 7개월 만에 접은 가운데 모바일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빌딩앤파이터’도 6개월 만에 철수했다. 온라인 액션 대전 게임인 ‘워헤이븐’은 지난해 9월 얼리 액세스(사전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빠르게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예상보다 이용자의 초기 관심이 저조하자 추가 투자를 통한 서비스 고도화보다 손해를 보더라도 조기 종료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넥슨 측은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쳤으나 만족스러운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디엔에이는 올해 4월 모바일 RPG ‘탁트오퍼스’를 10개월 만에 접었다. 이 게임은 2017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6월에 어렵게 선보였으나 초반 흥행에 실패하면서 결국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이 절실한 IT 기업들이 안되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정리하면서 비용 효율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실적 부진으로 쌓아둔 현금이 떨어지고 있는 기업이 늘면서 예전만큼 오랜 시간을 두고 성과를 기다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AI를 미래 먹거리로 꼽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업계 전반에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분배해 ‘선택과 집중’을 시도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점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된다. 실제로 카카오와 넥슨, 엔씨소프트(036570) 등은 비주류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있는 반면 AI와 관련한 투자는 늘리고 있다. 앞서 카카오가 285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AI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엔씨소프트도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