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터넷으로 해당 병원을 확인했을 때 휴진한다는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혈압도 있고 당뇨, 고지혈증 약도 먹고 있어서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난감하네요”
대학병원부터 동네 의원까지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휴진에 돌입한 18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내과를 찾아온 50대 남성은 '휴진'이라는 안내문구를 보고 “너무한 거 아닌가”라며 이 같이 토로했다. 15분 뒤 같은 병원을 찾은 또 다른 여성도 “어머, 나 오늘 혈압약 받아야 하는데”라며 병원 앞을 서성이다 이내 자리를 떠났다. 인근 약국 관계자는 “아침에 일부 환자를 보고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동네 의원 휴진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영등포구에서 오전 10시 45분께 병원 문을 닫고 나오던 한 원장은 “의협 집단휴진에 동참하는 게 맞다”며 “아침에 일부 환자 보려 했는데 휴진인 걸 아는지 많이 오지 않아 퇴근한다”고 설명했다. 퇴근길에 마주친 한 노인이 “당뇨약을 타야 한다. 내일은 일정이 있다”고 하자 원장은 “내일은 아무 때나 오셔도 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보건복지부가 개원가의 휴진 신고를 집계한 결과 이날 진료를 쉬겠다고 한 곳은 3만 6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다. 하지만 단축 진료하거나 별도로 휴진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문을 열지 않은 병의원을 포함하면 그 수는 집계치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광화문 일대 이비인후과의 경우 의사 2명 중 대표원장 1명만 진료를 보고 있었으며 산부인과의 경우 ‘오후 2시까지만 진료 예정’이라는 안내를 붙여 놓기도 했다.
의대 증원 이슈를 휴진 사유로 언급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띄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소아청소년과는 ‘개인사정’이라고 붙여 놓았으며 또 다른 소아청소년과도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만 사용했다. 이번 집단행동 동참을 두고 맘카페 등에서 ‘환자를 버리는 병원, 의사’란 부정적 여론이 들끓는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실제 5살 된 아이 데리고 병원을 찾아온 한 여성은 기자와 만나 “유치원을 하원하고 급하게 오느라 휴진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는데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며 “하루 휴진은 사실 큰 영향이 없을 수 있지만 앞으로 이날 휴진한 병원은 이용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맘스홀릭베이비, 세클맘 등의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휴진에 동참한 병원을 두고 ‘애들도 생각해야지 본인 생각만 한다’ ‘새벽 40도 찍어 밤새고 병원 가려고 하는데 지방은 거의 다 휴진해 발을 구르고 있다. 너무 화가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반면 서울 업무지구가 아닌 주거지 인근 병의원들은 혼란이 크지 않은 모양새였다. 성북구 병의원 10여곳을 돌아본 결과 휴진하는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성북구의 한 외과원장은 휴진에 동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동네는 노인들과 아이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며 “갑자기 휴진할 경우 불편을 겪을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휴진하는 병의원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동작구 내 병의원 5곳도 모두 진료를 봤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보고 나오는 한 학부모 “집단휴진을 한다고 해 아침에 미리 전화를 걸어보고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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