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최근 2개월 동안 10조 원가량 급증해 금융 당국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올 하반기 은행권에서 3%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음 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2단계까지 본격 시행돼 대출 한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신규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에 연동되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기존보다 0.02%포인트씩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기존 3.72~5.12%에서 3.74~5.14%로, 우리은행은 4.74~5.94%에서 4.76~5.96%로 올렸다.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달(3.54%)보다 0.02%포인트 오른 3.56%로 집계된 영향이다. 코픽스 금리가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금융채 금리물을 기준으로 변동형 금리를 정하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기존 4.31~ 5.91%에서 4.30~5.91%, 기존 5.110~5.510%에서 5.073~5.473%로 소폭 금리를 내렸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희석되면서 금리 수준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물가 상승 압력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코픽스가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커져왔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어느 정도 희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하반기 은행권이 금리 조정을 통해 주담대 한도 관리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올 초 주요 시중은행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1.5%에서 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금융 당국에 제출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갈아타기 경쟁으로 대부분 한도를 소진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 경쟁으로 은행별 가계대출 한도가 상당 부분 소진된 것으로 안다”며 “하반기에는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신용평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주담대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 역시 “아직은 은행별 대출 한도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하반기 주택 매매 시장이 활성화되고 주담대 수요가 급증한다면 당국이 개입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7월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도 차주별 한도가 줄어드는 주요 요인이다. 2단계 스트레스 DSR에서는 스트레스(가산) 금리가 기존 25%에서 50%로 확대되고 은행 주담대에만 적용됐던 스트레스 DSR 규제가 은행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로 확대된다. 2단계 스트레스 금리 폭은 올해 5월 가계대출 금리와 이전 5년간 최고 금리의 차이(한국은행 집계 예금은행 가중평균 가계대출 금리 기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하반기 대출 한도 감소가 예상되면서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 3759억 원으로 이달 들어 약 2주 만에 2조 1451억 원이 늘었다. 증가분 가운데 주담대가 1조 9646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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