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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없이 하자더니…여·야·정부 모두 연금개혁 뒷전

여야, 연금개혁 관련 실무대화 전무

특검법 등 이슈에 뒷전 정부도 뒷짐

정치권 구조개혁 놓고 입장차 여전

3월 12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당실에 민원인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대화를 사실상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개혁이 지연되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치권이 하루속히 제도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여야는 아직까지 연금개혁 논의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 대화에 착수하지 않았다. 국회가 개원 28일만에 원구성에 성공했지만 야당이 순직해병 특검법과 방송3법을 강행하고 있는데다 여야 모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연금개혁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법을 담당하는 국회 복지위는 개원 이후 세 차례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의료개혁 문제를 다루는 데 투입했다.

현재 연금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도 여전하다. 야당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함께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여당은 구조 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복지위 소속인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연금 개혁은 이번 한 번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에 구조 개혁을 함께 논의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꾸준히 논의하겠다는 확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복지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선우 의원실 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양보안(소득대체율 43%, 보험료율 13%)을 제안했음에도 거부한 것은 여당과 대통령실”이라며 “여당이 책임 있는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 구조 개혁을 하겠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제안해야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연금 개혁의 핵심 주체 가운데 하나인 정부는 논의 과정을 국회에 맡긴 채 뒷짐을 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국회에서 이렇다 할 자료 요청이나 보고 요구가 없다”며 “논의가 시작되면 지원을 위한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에서 연금 정책을 담당하는 국장 자리도 공석이다. 지난해부터 연금 개혁 전반을 이끌어왔던 이스란 전 국장이 지난 달 30일자로 사회복지정책실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에서 다루는 사안이므로 충분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며 한발 뺐다.

전문가들은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연금 개혁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연금 개혁이 5년 늦어질 경우 869조 원의 부담이 증가한다. 단순 계산으로 연평균 52조 원, 매달 약 4조 3000억 원의 부담이 가중된다. 하루 기준으로 1500억 원가량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지체 없이 연금 개혁을 논의하자고 하지 않았느냐”며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을 한번에 논의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보험료율부터 인상해 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모두 연금개혁 논의 공백기를 활용해 ‘연금 스터디’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개혁 내용이 워낙 전문적이고 방대하다보니 미리 학습해두자는 취지다. 안 의원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매주 월·수요일 두차례 만나 21대 국회 당시 논의됐던 연금개혁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복지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실을 중심으로 연금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들으며 연금개혁 논의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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