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요 시중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반년 새 5조 원가량 불어났다. 지난해 9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자 원금 상환을 위해 재차 빚을 내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최근 또다시 소상공인의 정책자금 대출 상환을 연장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결국 ‘빚내서 빚 갚기’의 악순환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24조 7159억 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6개월 만에 5조 2223억 원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전년 말 대비 1조 2838억 원이 늘어났던 것에 비해 증가 폭이 네 배나 크다. 전체 대출 금액도 지난해 상반기 315조 3676억 원에서 1년 만에 9조 3483억 원(2.87%)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로 지난해 9월 말 종료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대출 상환 유예 조치를 꼽는다. 상환 유예가 끝나 원리금을 갚기 시작하면서 다시 빚을 내 기존 빚을 갚는 ‘돌려막기’가 성행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빚 갚을 돈이 없는 개인사업자들은 집을 담보로 삼아 추가로 또 다른 빚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금리 인상이다. 5대 시중은행의 올 3~5월 신규 취급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99~5.87%로 2021년 같은 기간(연 2.34~3.62%)보다 상·하단이 모두 2%포인트 이상 뛰었다.
정부가 최근 올 8월부터 정책자금 상환 연장 기간을 최대 5년까지 늘리고 대상도 확대한 것이 이 같은 악순환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상환 유예 조치는 중증 환자에게 진통제를 처방하는 격”이라며 “도덕적 해이 문제도 발생해 성실하게 상환하던 채무자들이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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