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2년 안에 인공지능(AI)의 학습 데이터가 바닥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이동통신사는 AI 모델 구축에 필요한 고객 상담 데이터를 풍부하게 가졌다는 점에서 개발자 입장에서는 기회의 땅이라고 할 수 있죠.”
박대훈(사진) LG유플러스(032640) 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명령어 등 짧은 대화 위주의 아마존 ‘알렉사’의 데이터와 달리 LG유플러스가 축적한 데이터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 에이전트(비서) 서비스에 특화한 장문 대화라는 점에서 AI 기업으로서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올해 3월 LG유플러스에 기술 전문 임원으로 합류해 생성형 AI 모델 ‘익시젠’과 관련 A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검색증강생성(RAG)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야후에서 검색엔진을 개발했고, 아마존에서는 알렉사·스마트알람·사람동작인식·체지방 분석 등 AI 서비스 개발을 진행한 검색 및 자연어 처리 전문가다. 박 위원은 "한국 통신사들은 오랜 기간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 상담 데이터를 축적했다"면서 “이를 적극 활용해 빅테크와 차별화한 AI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LG유플러스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박 위원은 특히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직접 미국으로 건너와 개발자들에게 풍부한 데이터를 활용할 기회와 역할을 주겠다고 설득할 정도로 AI 사업을 위한 인재 확보에 진심을 보인 것도 이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봉이나 처우에서 한국 기업이 빅테크를 따라가기 힘들겠지만 개발자가 하고 싶은 일을 전사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야말로 인재 영입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황 대표는 4월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AI 분야 석·박사들을 만나는 등 인재 유치 활동을 펼쳤다.
미국 미시간대 데이터사이언스 석사과정을 거쳐 LG유플러스에 입사해 콜센터 운영 효율화에 필요한 상담전화량 예측 기술을 개발 중인 이홍주 사원도 “빅테크 등 대기업에서 사원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데 LG유플러스에서는 주도적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서 “LG유플러스도 대기업이지만 AI 분야에서만큼은 스타트업처럼 운영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빅테크의 개방적 조직문화를 LG유플러스에 이식해 AI 기업 전환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팀워크를 강조하는 미국 기업들을 벤치마킹해 승진 심사 시 다른 팀으로부터 추천서를 받게 하고 ‘다른 조직에 영향을 끼친 정도’를 심사 기준에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임원이 업무 중 1~2시간을 비워두고 사무실을 찾아오는 직원들과 기술 관련 소통을 하는 ‘오피스 아워’도 시도 중”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