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빅테크 중심의 장세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자 미국의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러셀2000지수가 급반등하고 있다. 국내에 상장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수백억 원에 달하는 개인 순매수세가 몰리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 양상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러셀2000(H) ETF’는 이달 12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 동안 9.53% 상승해 국내 상장 전체 ETF 중 주간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유일 미국 러셀2000지수 추종 ETF인 이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43%다. 사실상 올해 상승폭이 모두 최근 일주일 간 발생한 셈이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세도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KODEX 미국러셀2000(H) ETF’를 12일 이후 224억 원어치 사들였다. 특히 전날에는 101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이 ETF가 2017년 상장한 이후 역대 최대치다.
미국 러셀2000지수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 중 시가총액 기준 1001위부터 3000위까지 2000개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지수에 빅테크 등 대형주들이 제외되다보니 중소형주 투자심리를 짐작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에서 IT·경기소비재의 비중이 높은 반면 러셀2000지수는 금융·산업재·소재 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러셀2000지수는 현지시간 기준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9.24% 올랐다. 같은 기간 대형주 중심의 나스닥이 3.49% 급락하고 S&P500지수가 0.81% 내렸지만, 러셀2000지수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미국 러셀2000지수의 급반등을 이끈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다. 중소형주는 대형주보다 기준금리에 민감하다. 중소형 업체는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해 금리의 수준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이 달라져 금리가 사업의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러셀2000지수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것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11일부터다. 당시 공개된 6월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은 3.0%로 시장에서는 9월 금리인하가 사실상 확실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96.2%다.
미국 매그니피센트7(M7) 주도 장세가 끝나간다는 인식이 커지는 점도 미국 러셀2000지수의 약진에 힘을 보탰다. 미국의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너무 오래 지속돼 왔다는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그간 소외됐던 중소형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형 기술주 위주의 시장 흐름 또한 바뀔 가능성이 있어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대결 구도를 지속해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미국 빅테크와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ETF가 절대다수라 상품군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테크 투자심리가 차츰 식어가고 금리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대안이 될 수 있는 투자 선택지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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