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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동성 위기’ 세아STX엔테크, 기업회생절차 신청 [시그널]

몸집 불기기 역풍…자본잠식 빠져

1200억 수혈했지만 '밑빠진 독'

그룹 전체 위기전이 우려에 결단

세아 "발전사 공사비 증액 거부 탓

소송 제기·해외공략해 위기극복"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나갔던 글로벌세아그룹이 세아STX엔테크(옛 STX중공업 플랜트 부문)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과 관계사가 총동원돼 약 1200억 원의 자금을 대여하며 세아STX엔테크 살리기에 나섰지만 연이은 실적 부진에다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자 끝내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택한 것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세아STX엔테크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22일 신청했다. 법원은 회생 신청의 이유를 살펴본 후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을 내리게 된다.

세아STX엔테크는 과거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 부문으로 글로벌세아에 2018년 7월 편입됐다. 환경·발전 분야 화공설비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당시 글로벌세아는 건설 사업에 진출할 목적으로 180억 원을 들여 기업회생절차 중이던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 부문 지분 100%를 인수했다.

세아STX엔테크의 유동성 위기 우려가 표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22년부터다. 글로벌세아가 인수한 첫해인 2018년 세아STX엔테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80억 원, 21억 원이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20년에는 매출 1130억 원, 영업이익 97억 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2021년 매출 2244억 원, 영업손실 79억 원을 기록한 후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2020년 코로나19로 원자재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데 이어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세아STX엔테크의 직·간접비 지출이 대폭 늘어났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진행이 지연됐고 신규 프로젝트 수익성까지 급격히 악화했다. 세아STX엔테크는 2022년 매출 2644억 원, 영업손실 1008억 원, 자본 총액 -780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8.8% 감소한 2053억 원, 영업손실은 353억 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자본 총액은 -1285억 원으로 한 해 사이 자본잠식 규모가 505억 원이나 더 늘어났다.

재무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세아STX엔테크는 금융권, 계열사, 김 회장의 사재 출연 등으로 차입을 급속도로 늘렸다. 이날 기준 세아STX엔테크의 전체 차입금은 1318억 원이다. 전액이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이다. 전체 차입금의 80% 이상이 글로벌세아·세아상역·테림페이퍼 등 관계사에서 빌려온 것이다. 재무 건전성 악화, 기업 신용도 하락에 따라 금융권 등 외부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없자 계열사 돈을 대거 끌어온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14일 세아STX엔테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부정적)’에서 ‘B-(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세아는 계열사의 자금 대여에도 세아STX엔테크의 실적 회복 전망이 요원하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이은 M&A로 몸집을 급격하게 불려온 글로벌세아가 후폭풍을 맞았다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세아는 2007년 인디에프(옛 나산)를 인수한 데 이어 2018년부터 세아STX엔테크·태림페이퍼·발맥스기술·쌍용건설 등을 연이어 사들였다. 이 같은 M&A를 통해 글로벌세아는 세계 최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에서 건설·플랜트, 제지·포장, 식음료, 문화·예술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사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말 글로벌세아의 자산은 6조 3729억 원으로 재계 순위 70위다. 김 회장은 2025년까지 연매출 10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 2025’를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비전 2025 달성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세아 계열사의 추가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다. 조이너스·꼼빠니아·트루젠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인디에프는 2019년부터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만 600억 원에 달한다. 육상·해양 수소 설비 업체인 발멕스기술도 지난해 말 17억 원의 적자를 냈다. 글로벌세아가 의욕적으로 인수했던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반 하락하며 그룹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계열사의 실적 부진은 그룹 핵심인 세아상역과 지주사 글로벌세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세아상역의 매출은 1조 82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1%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이 기간 63.5% 줄어든 622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계열사 대여금이 늘어나며 자칫하면 그룹 핵심 계열사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나온다.

M&A로 계열사를 늘리며 몸집은 급격히 키웠지만 차입금도 덩달아 불어난 게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M&A 과정에서 글로벌세아의 차입금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자도 연간 1000억 원 넘게 부담하는 것으로 안다”며 “추가로 계열사를 지원했다가는 본업으로까지 위기가 전이될 것을 우려해 세아STX엔테크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세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공사비가 계획보다 급등했지만 한전 발전 자회사들이 공사비 증액을 해주지 않으며 손실이 급격히 커졌다”며 “세아STX엔테크는 이런 손실을 이미 실적에 반영한 상황으로 손실 보전을 위해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고 기업회생절차로 재무 상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세아 측은 이번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 그룹 차원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중동과 중남미 지역 공략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는 세아STX엔테크 주장에 반박했다. 한국남부발전 관계자는 “세아STX엔테크가 사업관리능력 부재로 발생한 사업비 증가 책임을 발주처로 무리하게 전가하고 있다”며 “감사원 공익감사 등을 통해 지급 근거가 없음이 충분히 소명됐고 후속조치로 사업중단에 따른 계약이행보증금·잔여선금·손해배상금 등을 세아 측에 청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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