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2020년 이후 가장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하반기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하더라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과 업황 악화 등의 영향에 석유화학·건설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향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3일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와 하반기 산업별 전망’ 세미나를 열고 올해 상반기 장기 신용등급 상·하향 비율이 0.20배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여파에 경제 상황이 불안해진 2020년 0.50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상반기 동안 신용등급이 상향된 기업은 3곳에 그쳤지만 하향된 기업은 15곳에 달했다.
신용등급 상·하향 비율은 기간 내 신용등급 상향 건수를 하향 건수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신용등급이 내려간 기업이 올라간 기업보다 많았고 그만큼 기업들의 신용 위험도가 높았음을 의미한다. 올 상반기에는 효성화학·이마트·신세계건설 등 석유화학·건설·유통·게임 업종의 신용등급이 내린 반면 자동차 업종 등은 올랐다.
한신평은 올 하반기에도 등급 하향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6월 말 기준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 혹은 하향 검토인 곳은 25개사로 긍정적, 상향 검토 9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6개월 내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신평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신용 위험이 하반기 중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형욱 한신평 평가정책본부 실장은 “올해 상반기 매우 강한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있었고 하반기 금리 인하와 내수 소비의 회복 전망 등을 고려하면 상반기보다는 그 압력이 개선될 여지가 높다”면서도 “기업의 실적을 반영하는 크레디트 시장은 매크로 환경 변화를 후행하는 특성이 있어 신용등급 방향성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시장의 기대보다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유화학의 취약한 수급 현황과 부동산 미분양,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여전히 크레디트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