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 독주하면서 올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시장 1위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이상 증가하면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을 3분기부터 양산하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AI용 메모리를 적기에 공급하면서 이 시장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내년에 더욱 증가할 범용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천안 사업장 위주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다고도 설명했다.
25일 SK하이닉스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6조 4233억 원, 영업이익 5조 468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4.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2분기 매출은 기존 최대 매출이었던 2022년 2분기의 13조 8110억 원을 웃돌았다. 영업이익 역시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2분기(5조 5739억 원)와 3분기(6조 4724억 원) 이후 6년 만에 5조 원대 실적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은 전 분기 대비 10%포인트 증가한 33%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HBM이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4세대 HBM(HBM3)을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한 후부터 이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2분기에는 3월부터 양산을 시작한 HBM3E 8단 제품이 매출 성장을 주도했다. 회사 측은 HBM3E는 2분기부터 판매량이 더욱 증가했고 올해 회사의 HBM 전체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 유지를 위한 신제품 개발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마케팅 담당은 콘퍼런스 콜에서 “3분기부터 HBM3E 12단 제품을 계획대로 양산하고 4분기에는 고객에게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며 “6세대 HBM(HBM4)도 내년 하반기부터 12단 제품이 출하되고 16단 제품은 2026년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주요 HBM3E 고객사는 AI 반도체 1위 회사인 엔비디아다.
2분기에는 그동안 부진했던 낸드플래시 사업도 선전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AI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eSSD와 같은 고성능·고용량 낸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AI향 서버는 물론 일반 서버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낸드 수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2분기 eSSD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50%가량 증가했고 연간 엔터프라이즈 SSD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약 4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낸드 수요 증가세에 지난해 감산했던 생산량도 늘려가고 있다. 김 CFO는 “고용량 eSSD의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일부 낸드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서버, 노트북 PC, 스마트폰 시장 등 SK하이닉스의 주요 매출원에서 수요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규현 담당은 “2017년과 2018년 사이에 대규모로 투자됐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서버에 대한 교체 주기가 도래하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 HBM을 제외한 서버 D램은 20% 중반 수준의 수요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CFO는 “2025년에는 HBM 외에 일반 메모리 수요 증가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돼 청주 M15X, 용인 클러스터와 같은 인프라에도 상당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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