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수사한 경찰이 가해자의 운전 조작 미숙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일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시청역 사고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 차량의)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고 EDR(사고기록장치)도 정상적으로 기록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한 달 만인 이날 오전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 차 모(68)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업무상과실치사상)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차 씨는 엿새 후 구속됐다.
류 서장은 “피의자는 주차장 출구 약 7~8미터 전에 이르러 ‘우두두’하는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밟히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분석 결과는 달랐다. 경찰은 국과수의 정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차 씨가 지속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으며, 피해 차량인 BMW 차량을 들이받은 뒤에야 브레이크를 작동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류 서장은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사고차량 감정 결과 가속장치·제동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고, EDR도 정상적으로 기록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EDR 기록분석에 따르면 제동페달(브레이크 페달)은 사고발생 5.0초 전부터 사고발생시(0.0초)까지 작동되지 않았다. 폐쇄회로(CC)TV·목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충돌 직후 잠시 보조 제동등이 점멸하는 것 이외에 주행 중에는 제동등이 점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속페달의 변위량도 최대 99%에서 0%까지로 차 씨가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 씨 오른쪽 신발바닥 흔적도 가속페달과 일치했다. 경찰은 차량에서 추출된 블랙박스에서 들린 RPM 소리와 EDR에 기록된 소리가 일치하다는 점을 미루어 EDR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차 씨는 인도로 돌진한 이유에 대해 보행자 보호용 울타리를 충돌하면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다만 차 씨는 보행로에 있던 보행자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최고 속도는 시속 107㎞였으며, 이는 차 씨가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들이받을 당시에 기록된 것이다.
사고 직후 골절상 등을 입은 차 씨는 현재 독립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 씨의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고 피해자 유족들은 차 씨와의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차 씨는 지난달 1일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빠져나오다 가속해 인근 행인들을 들이받았다. 사고로 인해 9명이 숨졌고 7명이 다쳤다.
경찰은 차량 결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도로교통공단과 함께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3차례에 걸쳐 피의자에 대한 신문을 실시했고, 사고 차량 등 확보 증거물을 국과수에 감정의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