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격이 반등하면서 지난달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00엔 당 원화 값이 900원대로 오르자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1조 2111억 엔으로 집계됐다. 6월 말(1조 2929억 엔) 대비 6.3% 줄었다. 한 달 만에 약 7500억 원(818억 엔)이나 빠져나간 셈이다. 이들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이 전월보다 줄어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원·엔 환율이 오르자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엔화 예금 잔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엔화 가치는 2일 929.22원을 기록해 지난해 6월8일(934.84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 격차가 축소된 영향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에 미국 장기금리가 하락한 반면, 일본은행(BOJ)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일본 장기금리는 올랐다. BOJ는 지난달 31일 정책금리를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하지만 같은 날 미국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5.25∼5.50%로 동결하고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엔화가 더욱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재민 신한패밀리오피스 서울센터 PB팀장은 "그동안은 미국과 일본의 시장금리 갭이 워낙 커 엔화 약세가 이어졌다"며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금리 갭이 줄어들고 저금리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풀린 엔화 자금이 다시 유입될 수 있어 엔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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