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폭락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금융 당국은 하락 폭이 과도한 수준이라며 공포감에 섣부른 결정을 하지 말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다만 미국 경기 침체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대외 요인이 전 세계 증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의 경고가 먹힐지 주목된다.
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은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6일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참여하는 ‘F4(Finance 4)’ 회의까지 긴급 소집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기가 맞물리면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31일 2770.69에서 5일 2441.55까지 급락했고,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도 803.15에서 691.28까지 떨어진 상태다. 다만 금융 당국은 한국 증시의 낙폭이 실물 경제나 금융 시장 여건에 비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과도한 불안 심리와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증시 변동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대외 악재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냉정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금융위·금감원은 관계기관과 함께 주식·외환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시장안정조치를 즉각 취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한국 증시가 대외 악재에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인을 면밀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증시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에 더해 증시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복현 원장도 “그동안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과 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시장 변동성 확대 위험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추진해 왔다”며 “국내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 외환건전성은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고 회사채 시장의 수급 여건과 금리 스프레드 등도 양호한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하겠지만 너무 지나친 공포감에 섣부른 투자 의사 결정을 하기보단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을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도 국내 증시 급락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개최했다. 거래소는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금융 당국과 긴밀히 공조하는 동시에 외국인·기관 동향, 미결제약정, 현선연계 포지션 등 국내외 증시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또 주가 급등락 상황을 틈탄 불공정거래에 대한 시장 감시를 대폭 강화해 위규 적발 시 즉시 관계기관 통보 조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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