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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대담 ②혁신 ③포용…경영학계도 주목한 정의선 '금빛 리더십'

2005년 양궁협회장 취임 후 기업경영 접목

2024 파리 올림픽서 7개 전종목 달성 쾌거

◇대담성

중장기 발전 목표로 리스크 감내

공정한 선수 선발로 경쟁력 강화

◇혁신성

선수 장비에 그룹 R&D기술 적용

실전 대비용 훈련 시스템도 도입

◇포용성

대회 때마다 경기장 찾아 스킨십

격의 없는 소통으로 응원·격려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파리 대회에서 홈팀 프랑스와의 결승전을 앞둔 남자 양궁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양궁협회




한국 양궁이 이달 11일 막을 내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면서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기업 경영을 양궁에 접목해 세계 최강인 한국 양궁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회 운영과 선수단 지원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누적된 갈등이 곪아 터진 다른 체육 단체들과 대비된다.

19일 경영학계에 따르면 기업 경영을 개별 체육 종목에 적용해 국제 대회에서 걸출한 성과를 낸 정 회장의 경영 리더십은 크게 대담성·혁신성·포용성으로 요약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협회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조직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에게 70~80%의 책임이 따른다”며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양궁협회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과 부친인 정 명예회장이 구축한 양궁 발전 기반을 고도화시켰다. ‘한국 양궁의 중장기 발전’이라는 비전 아래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내하며 ‘대담한’ 행보를 이어갔다.

협회의 공정한 대표 선수 선발 시스템을 계승·발전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협회장 취임 후 줄곧 “공정한 경쟁과 함께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스포츠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양궁협회에 지연·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는 이유다.

유소년 궁사들이 양궁 훈련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05년 협회장 취임 이후 유소년에서 국가대표에 이르는 체계적인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강화했다. 사진 제공=대한양궁협회




국가대표는 이전의 성적은 배제되고 철저하게 현재의 경쟁을 통해서만 선정된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3차에 걸친 선발전과 두 번의 평가전을 치른다. 과녁에 최종적으로 꽂힌 점수만이 기준이 된다. 전 국가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국제대회보다 더 피 말리는 경쟁이라고 말한다.

정 회장이 새로운 시각과 혁신적인 전략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린 것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난 후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선수들의 훈련과 장비 등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자는 것이다. ‘세계 최강 궁사’의 실력에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R&D 기술을 적용하면 장비 품질과 성능이 좀 더 완벽해지고 정신력 강화 같은 경기 외적인 변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즉시 현대차·기아(000270) 연구개발센터를 주축으로 다양한 기술 지원 방안을 추진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부터 새로운 훈련 장비와 기술들이 적용됐다. 이후 대회 때마다 새로운 훈련 장비와 기술들을 적용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개인 훈련을 도와주는 로봇을 비롯해 기존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장비 등을 지원했다.

실전에서 겪을 다양한 상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하는 훈련 시스템도 만들었다. 소음 속에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야구장·축구장 훈련과 실제 경기장을 재현한 연습 경기장에서 실전처럼 활을 쏘는 한국 양궁의 대표적 훈련 방식도 이런 과정에서 탄생했다.

정의선(왼쪽 두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현지 시간) 파리 대회 양궁 여자 개인 시상식 직후 남수현(왼쪽부터), 전훈영, 임시현 선수들을 축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양궁협회


양궁인들과 끊임없는 소통으로 소속감과 신뢰를 쌓은 것도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정 회장은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인이다. 양궁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요 국제 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고 격려한다. 2005년 양궁협회장 취임 이후 주요한 국제 대회는 모두 참석했다. 현장에서의 스킨십뿐 아니라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구성원 개개인을 배려하고 존중한다. 파리 올림픽 양궁 3관왕인 임시현은 “정 회장님이 많은 지원을 해주셨기 때문에 저희가 보다 좋은 환경에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장영술 양궁협회 부회장도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정 회장 특유의 리더십에 수차례 감동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투명성과 공정성 같은 기본적인 운영 원칙과 방향성은 제시하지만 협회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양궁협회는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체계적 관리, 신뢰 구축 등으로 국내 스포츠단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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