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형(5년 주기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대에 진입한 것은 시중은행들이 지난달부터 가계부채 조절을 위해 대출금리를 잇달아 높여왔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도 2%대는 사라지고 3%대 상품들로 채워진 상태다. 하지만 실제 창구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주담대 위축 효과가 미미하다. 결국 부동산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2일부터 감면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하나원큐주택담보’ 금리를 0.6%포인트 인상한다. 주담대 갈아타기 상품 금리는 0.1%포인트 인상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달 사이 수차례 금리를 인상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주담대 금리를 추가 인상한다. 국민은행은 20일부터 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변동·혼합)과 KB일반부동산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3%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세대출상품(KB주택전세자금대출·KB전세금안심대출·KB플러스전세자금대출) 금리도 보증 기관과 상관없이 0.2%포인트 일괄 인상한다. 국민은행은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네 차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세 차례 각각 올린 바 있다. 신한은행은 21일부터 주담대 고정형 1~3년물 금리를 0.05%포인트, 1년물 금리를 0.1%포인트 각각 인상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5일과 22일 주담대 금리를 각각 0.05%포인트 올렸다. 이후 같은 달 29일에도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올렸다. 이달 들어서는 7일과 16일 주담대·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주담대 금리 인상을 통한 가계대출 조절 효과는 미미하다. 이달 1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9조 9178억 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약 보름 만에 4조 1795억 원 급증했다. 9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릴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여기에 휴가철 대출 자금까지 겹치면서 이달 가계대출 증가 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워낙 커서 단순히 금리를 인상하는 것만으로 대출 수요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올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80% 상승하며 올해 1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부동산 거래량이 많아지면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물량 역시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실수요자가 고스란히 높은 이자를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 정책에 은행만 이윤을 얻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30대 A 씨는 “한 달 전에 주담대를 조회했을 때와 비교해 금리가 0.5%포인트 이상 올랐다”며 “조건이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고 시기상으로 자금이 필요해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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