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의 15%를 차지하는 홍해 항로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제 기능을 못하며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미와 인도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까지 예고되며 미국 공급망 혼란을 초래할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홍해를 우회하는 과정에서 화물운임이 치솟은 가운데 노조 파업으로 운항에 지장이 생길 경우 미국 수입품 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화물 단체들은 1~2개월 사이 예정된 대규모 노조 파업으로 인해 극심한 공급망 차질이 벌어질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가는 선박을 공격하는 사례가 잦아지며 우회로를 택한 선박이 늘었고 물류 지연을 우려한 소매 업체들이 주문을 앞당기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연말 크리스마스 성수기를 앞두고 물동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운항 전면 중단 등을 선언하는 항만·철도 파업 등이 생길 경우 물류 지연이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캐나다 무역의 14%를 책임지던 캐나다 양대 철도 회사가 노사 협상 결렬을 이유로 이날 0시부터 노조 소속 조합원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전면 직장 폐쇄를 선언하면서 불안은 극에 달했다. 캐나다 전국 철도망의 80%가 멈추는 대규모 파업으로 양국 간 무역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아시아·유럽에서 캐나다 항구를 통해 북미로 들어오는 화물 역시 운송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캐나다 정부가 노사의 구속력 있는 중재를 선언하면서 직장 폐쇄는 하루 만에 끝날 조짐이지만 노사 합의와 철도 운영의 정상화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다.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에 소속된 미국 동부 및 걸프만 연안 36개 항구의 부두 노동자 약 8만 5000명이 9월 30일 계약 만료를 앞둔 것도 화물업자들의 불안을 키운다. ILA는 임금 협상 등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계약 종료 시점에 운항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물 운송 업체 DSV의 미국 책임자인 매즈 라븐은 “거의 모든 주요 수입 업체에서 (노조 파업 등에 따른 물류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며 “미배송 재고를 서해안경로(USWC)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파업 시) 11월까지 화물을 받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로 변경이 비용으로 연결된다는 데 있다. FT는 동해안항구(USEC)로 향하던 경로를 서해안으로 바꿀 경우 비용이 세 배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캐나다 철도 파업이 예고되자 독일 주요 선주가 캐나다 항구에서 미국으로 우회하는 모든 미국 배송에 40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밝히는 등 추가 비용이 붙을 가능성도 커졌다. 비용 상승으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항로 변경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화물 운송 그룹 CH로빈슨의 북미해상무역책임자인 미아 긴터는 “캐나다와 미국 동부 항구로 향하는 수입품 경로를 바꾼다고 해도 서해안 항구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급망 지진에 직면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화물 업계는 인도 항만 파업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인도 항만 노동자들은 임금 및 연금 혜택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28일부터 파업을 단행할 계획이다. 2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이 파업으로 항구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긴터 책임자는 “인도는 미국의 주요 파트너”라며 “항만 폐쇄가 길어진다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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