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동남아 등 주요 시장에 안착한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이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국내 창업자가 직접 해외에 체류하며 영업을 하고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가진 현지 기업과 협력하면서도 국내에서 통한 사업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와 법령, 규제를 가진 현지 시장 특성에 창업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맞춰나가되 핵심 사업 모델(BM)은 유지하는 것이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28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해빗팩토리, 페이워치, 당근마켓 등 주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은 대표가 외국 법인을 직접 경영하고 유력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해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도 핵심 사업 정체성과 전략을 고수해 높은 외국 시장의 문턱을 넘었다.
국내 핀테크(금융 기술) 기업 해빗팩토리를 2016년 창업한 이동익 공동대표는 미국 시장 진출을 시작한 2022년부터 현지에 거주하면서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해빗팩토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보험을 비교·추천·중개하는 서비스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보험 중개 수수료 매출로 지난해 손익분기점(BEP)을 넘었다. 미국 현지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국내 보험 시장과 같이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해빗팩토리는 현지 대출 중개 시장의 디지털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미국 진출을 결정했다.
이 대표가 현지에 체류하며 주력한 것은 현지 파트너사 영입이었다.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나 신뢰도, 네트워크 등을 가지지 못한 한국 스타트업으로서는 현지 파트너를 통해 사업 저변을 넓힐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해빗팩토리는 미국 법인 설립 한 달 후 현지 프롭테크(부동산 기술)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부동산 계약을 맺는 고객들이 해빗팩토리의 주택담보대출 비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에 현지 유력 법인을 파트너사로 끌어들여 고객 확보 통로를 만든 것이다.
동남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핀테크 기업 페이워치 또한 현지 파트너사 확보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페이워치는 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기반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월급날이 다가오기 전 일부 급여를 선지급해주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달 금리를 낮추려면 현지 대형 금융사와 협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신용도가 높은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을 제휴 상대로 둬 금융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 페이워치는 국내에서 CGV·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 협업한 ‘평판 효과’를 바탕으로 동남아에서 피자헛·세븐일레븐 등을 초기 제휴 상대로 영입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로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팀블라인드의 경우 한국에서 통한 사업 전략을 고수하는 데 집중했다. 창업 초기 블라인드는 대기업 1~2곳의 재직자를 이용자로 끌어들여 이들을 통한 입소문 효과가 나게 하는 마케팅 전략을 택했는데 이를 미국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지역 기반 거래 플랫폼 ‘당근’ 운영사 당근마켓 역시 창업 초창기 한국에서 통한 입소문 전략을 활용해 미국, 캐나다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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