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설’ 짐 켈러의 텐스토렌트가 첫 제품에 대한 전파 인증을 마치며 한국 시장에 상륙한다. 당장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향후 차세대 제품과 더불어 회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개방형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이 더해지면 엔비디아 독점 지형에도 지각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텐스토렌트의 ‘TT라우드박스’는 지난달 말 전파 인증을 완료했다.
전파인증은 방송통신 기자재 등을 판매하기 전 정부가 기술 기준에 적합한 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인증 완료는 해당 제품 출시가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TT라우드박스는 텐스토렌트가 양산 중인 최신 AI 가속기인 ‘웜홀 n300s’ 4개가 장착된 공랭식 워크스테이션 제품이다. AI 연산 및 고성능컴퓨팅(HPC)용 서비스를 개발하는 이들을 위해 최적화된 제품이다.
그간 국내 AI 반도체 업계는 텐스토렌트의 진출에 촉각을 세워왔다. 텐스토렌트는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데 수장이 반도체의 전설로 평가 받는 짐 켈러여서다. 짐 켈러는 인텔, 애플, 테슬라, AMD 등에서 차별화된 반도체 아키텍처를 선보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텐스토렌트의 최고경영자(CEO)로 올라선 그는 엔비디아가 장악한 AI 가속기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공급 병목을 빚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그래픽D램(GDDR)을 탑재하는 등 가성비 높은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될 제품이 당장 큰 시장 반향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도 엔비디아 제품과의 성능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H100이 초당 1670조 번의 계산을 할 수 있는 반면 웜홀 n300s는 466조 번으로 차이가 크다. 또 TT라우드박스 하나 당 최대 800억 개 매개변수의 AI 모델을 지원하는 만큼 대규모 모델 운영에는 매력도가 떨어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제품은 첫 출시 제품인 만큼, 당장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한다는 것보다 한국 시장 연착륙과 자사 제품 생태계 확보를 위한 포석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텐스토렌트가 개발 중인 ‘블랙홀’ 등 차세대 제품이 나오면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블랙홀은 웜홀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성능 개선이 예상되며 판매가 역시 웜홀 기준 H100 대비 10배 이상 저렴하다. 엔비디아 아성을 뒷받침하는 개발 플랫폼인 쿠다에 대항해 텐스토렌트가 SW 플랫폼도 개방형 생태계를 표방한 만큼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의 고위 관계자는 “스펙만 놓고 보면 압도적이진 않지만 가격의 파격성이나 확장성은 경쟁력 있는 요소”라며 “메탈리움이라는 SW 플랫폼의 성패에 따라 엔비디아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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