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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 반도체 소재 엔펄스 매각…반도체 등 미래산업 중심 ‘리밸런싱’ [시그널]

한앤코·스틱 등 PEF 3~4곳과 협상

알짜·비주력 자회사 줄줄이 매물로

SK 서린사옥 전경. 사진제공=SK




SK그룹의 소재 사업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SKC(011790)가 반도체 소재 자회사인 SK엔펄스를 매각한다. 그룹 차원에서 가장 큰 산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사업 구조조정(리밸런싱) 2단계로 ‘카브아웃(사업부 분할 매각)’ 작업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3일 산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C는 SK엔펄스 보유 지분 97% 매각을 위해 3~4곳의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는 따로 두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00억 원에 멀티플 20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는 약 4000억 원이 거론된다. 한앤컴퍼니·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매각 핵심 자산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소모성 자재인 CMP패드(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Pad)다. CMP패드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물리·화학 반응으로 연마해 웨이퍼 표면을 평탄하게 만드는 데 쓰인다. SK엔펄스는 천안과 안성 공장에서 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상반기 이 사업을 중심으로 매출액 309억 원, 영업이익 84억 원을 냈다.

SKC가 SK엔펄스를 매각하는 배경으로는 재무 건전성 제고가 첫손에 꼽힌다. 특히 반도체 소재는 지난해 인수한 ISC를 주축으로 끌고가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SKC는 연결 기준으로 올 2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부채는 4조 6618억 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185.73%다.

SK그룹의 사업 재편(리밸런싱)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기점으로 속도를 내면서 상반기 올스톱됐던 SK발 인수합병(M&A)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SK그룹은 현재 667개 계열사(연결 자회사 포함)를 대대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 자회사를 포함해 알짜 회사까지 매각을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현재 SK엔펄스·SK스페셜티·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향후 줄줄이 리스트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SKC는 꾸준하게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노력을 이어왔다.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를 분할해 올해 초 한앤컴퍼니에 3300억 원을 받고 정리했고 중국 웨트케미칼 및 세정 사업을 현지 회사에 넘기기로 하고 매각가 880억 원에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자산 규모가 대폭 축소된 가운데 CMP 패드 등 현재 남은 사업부를 모두 묶어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통째로 넘긴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SKC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반도체·2차전지 등 미래 유망 산업 위주로 재편하기로 하고 꾸준히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서왔다. 2022년 회사의 모태인 필름사업부를 분할해 1조 6000억 원을 받고 한앤코에 매각한 게 신호탄이었다. 또 이듬해 화학 소재인 폴리우레탄(PU) 원료 사업 투자사 SK피유코어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4103억 원의 몸값을 받고 매각했다.

SK그룹은 큰 틀에서 합병과는 별개로 전방위적인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SK㈜는 약 3조~4조 원의 매각가가 예상되는 특수가스 자회사 SK스페셜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예비입찰을 앞둔 단계로 MBK파트너스·한앤컴퍼니·브룩필드자산운용 등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SK스페셜티의 주력 사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내 세정 공정 등에 주로 사용되는 특수 가스인 삼불화질소(NF3)이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40%로 1위다. 상반기 매출액은 3553억 원, 영업이익은 544억 원을 기록했다.

SK그룹은 수년간의 M&A로 순 차입금이 올 상반기 10조 원을 넘어 조 단위 현금 유입에 따른 재무 건전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SK㈜의 올해 상반기 총부채 규모는 별도 기준 12조 3998억 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완료되면 앞으로 배당 받을 기회가 줄어드니 단기적으로 대규모 매각 자금을 끌어오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며 “SK스페셜티는 상대적으로 현금 흐름이 덜 안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매년 SK E&S로부터 약 5000억 원의 배당을 받아왔다. 3조 원에 팔아도 6년치 배당금을 한 번에 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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