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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독무대 방불케 한 '로청' 전시장…LG전자 수장도 놀랐다

100주년 된 IFA 개막, 행사 의미도 재정립

139개국서 2200기업 참가…역대급 규모

올해도 AI가전 봇물…韓기업은 AI홈 선봬

중국은 TV·로청서 존재감, 신기술 쏟아내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왼쪽 첫번째)가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 현장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두번째부터),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 프란치스카 기페이 베를린 상원의원에게 LG전자 전시장을 소개하고 있다.사진=LG전자




100주년을 맞은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이 막을 올렸다. 지난해 인공지능(AI) 가전을 전면에 내세웠던 국내 기업들이 올해는 AI 가전들을 연결해 사용성을 극대화하는 AI 홈을 차별화 무기로 내놨다.

IFA 2024가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됐다. 주최 측은 100주년을 맞아 리노베이션을 진행해 왔다. 베를린 국제 라디오 전시회(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Berlin)를 뜻하던 행사명을 ‘Innovation For All’로 바꾸고 유명 가수의 콘서트 등 부대 행사도 곁들인다. 100주년에 맞게 참가 규모도 늘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139개국에서 약 2200개 기업이 방문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를 넘어선다.

IFA 2024 삼성전자 전시장 초입에 설치된 스마트싱스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는 관람객들.사진=허진 기자


올해도 대세는 AI 가전…삼성·LG 차별화 전략은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단연 주인공은 AI다. 다만 챗GPT가 세상에 나온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시기에 열려 대부분 기업들이 맛뵈기 수준의 기술을 갖고 왔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AI 기능이 본격화한 가전들이 무대에 올랐다. 아시아 기업들과 대비해 비교적 보수적인 유럽 기업들도 저마다 AI 기술을 과시했다. 독일 가전의 터줏대감 밀레는 AI를 적용해 10년 만에 확 바뀐 세탁기, AI로 요리 코스 등을 추천해주는 오븐을 선보인다. 지멘스는 AI를 통해 미세 플라스틱을 최대 30% 줄일 수 있는 미세 플라스틱 방지 솔루션을 소개했다.

국내 기업들은 여기서 한발 나아가 AI 가전을 허브로 연결하는 기술에 집중한다. 다양한 가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종합하고 AI 알고리즘을 통해 패턴을 분석·예측해 소비자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한다는 게 차별화 전략이다.

LG전자는 행사 개막에 앞서 내놓은 자사 첫 AI홈 ‘LG 씽큐 온’을 전시장 중심에 배치했다. 일상을 다양한 테마로 나눠 각 테마에 맞게 AI 홈이 사용될 수 있는 상황을 시연했다. 반려동물을 키울 경우를 가정한 공간에서는 사람이 외출했을 때 반려동물들을 AI 홈으로 케어하는 방법을 선보였다. 사람이 없더라도 에어컨 등 가전 기기에 탑재된 레이더 센서 등이 반려 동물을 인지해 별도 지시 없이도 최적의 온·습도를 유지시켜 줄 수 있다고 LG전자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전시관 초입부터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홍보 시설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마트싱스가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별도의 전시 공간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위험 상황을 예방하는 세이티케어 존에서는 스마트싱스로 연결된 가전으로 부모님을 케어하는 상황이 예시로 제시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컨대 부모님이 찬 갤럭시 워치를 통해 낙상 등을 파악하고 이를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자녀에게 알림을 주거나 부모님이 냉장고 문을 여는 것을 감지해 하루를 이상 없이 시작했다는 정보를 자녀에게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입구부터 대형 TCL 홍보물…존재감 높인 中


올해 행사의 메인스폰서를 맡은 중국 가전 기업 TCL 전시장의 정문.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사진=허진 기자


중국 기업의 인해전술은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행사에서 중국 기업 TCL, 하이센스 등은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TCL은 참가자 뱃지와 목줄에 로고를 새기는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전시장 건물 외벽에도 이들의 대형 광고가 걸렸다. 중국 기업의 참가자 규모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TV 기술은 국내 기업의 견제 대상이다. 대형 전시장을 마련한 TCL은 곳곳에 ‘Inspire Greatness(위대함을 일으켜라)’라는 문구를 내걸고 외벽에는 화려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채워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들은 올해 초 열린 CES 2024 때와 마찬가지로 업계 최대를 자랑하는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전시관 한가운데를 배치해 시선을 끌었다. 하이센스, 창홍 등 중국 기업도 크기를 앞세운 대형 TV를 전시했다. 특히 창홍이 유럽 시장을 노리기 위해 만든 브랜드 CHiQ의 전시관은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CHiQ 관계자는 “삼성, LG와 같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 리더십은 여전하지만 중국 기업들도 빠르게 추격 중이라”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도 중국 기업 부스를 돌아본 직후 “(중국 기업이) 기술적으로 정말 많이 좋아졌고 특히 제품의 만듦새나 디자인, 마감 등 전체적인 질적 수준이 높아졌다”며 “경계심을 가져야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봇청소기 압도한 중국…'집사 봇' 꺼내든 한국


행사 개막 하루 전인 5일(현지시간) 로보락 전시장에서 프레스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관람객들이 부스 주변을 둘러싼 채 행사를 보고 있다.사진=허진 기자


국내 기업들이 AI 홈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이 강한 로봇청소기 분야는 더욱 중국 업계로 기우는 양상이다. 로봇청소기 제조 기업들이 몰려 있는 9번 홀 초입의 목 좋은 공간은 로보락, 드리미 등 중국 대표 기업의 몫이었다. 드리미의 한 관계자는 ““매년 로봇청소기 전시장에서 가장 목 좋은 자리는 로보락과 드리미가 번갈아가며 맡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열린 로보락 프레스콘퍼런스에서는 신제품과 신기술이 소개될 때마다 박수갈채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로보락은 두 대의 로봇청소기와 한 대의 무선청소기 신제품을 이날 처음 공개했다. 이 중 로봇청소기의 신모델 ‘Qrevo-Curv’는 최대 40㎜ 높이의 장애물을 넘나들 수 있으며 먼지 제거에 중요한 흡입력은 1만 8500㎩(파스칼)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한 달 전 최대 20㎜의 장애물 극복 기능과 10000㎩의 흡입력을 가진 스펙으로 출시된 LG전자 플래그십 로봇청소기를 약 두 배 가까운 성능 격차로 따돌린 것이다.

삼성전자의 어시스턴트 로봇 볼리가 시연자의 요청에 맞춰 정보를 벽면에 쏘고 있다.사진=허진 기자


대신 국내 양 사는 어시스턴트 로봇이라는 낯선 분야를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것은 노란색 원형의 ‘볼리’라는 제품. 앞서 다른 가전 전시회를 통해 선보였지만 기능이 향상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자연어 기반의 명령을 이해하는 이 로봇은 사용자에 대한 요구에 따라 벽이나 바닥에 텍스트, 사진, 영상으로 된 정보를 표출했다. 시연자가 “베를린에서 방문할 만한 곳을 추천해줘”라고 하자 볼리는 추천하는 장소와 함께 관련 사진을 프로젝터로 보여줬다. 시연자가 ‘에이미’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자 스피커폰처럼 통화를 연결해줬다.

LG전자의 Q9은 두발이 달려 볼리나 다른 로봇청소기 제품에 비해 다양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음성은 물론 사진 등 다양한 정보 형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기반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청소기 등에 필요한 자율주행, 맵핑 기술 등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며 “국내 기업은 어시스턴트 로봇이라는 영역을 개척하고 선점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분야 역시 로봇청소기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어서 국내 기업 만의 남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어시스턴트 로봇 ‘Q9’. Q9은 2025년께 출시 예정이다.사진=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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