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자급제 스마트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꾸준히 오르는 스마트폰 기기값과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사에 묶이지 않은 상태로 기기를 구입한 뒤 더 저렴한 요금을 사용하려는 깐깐한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8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언락(unloced) 스마트폰’(자급제폰)의 출하량은 올 2분기에 약 270만 대로 4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 언락 스마트폰은 특정 통신사에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통신사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구매 유형이다. 유럽에서는 ‘심프리(SIM-free)’ 폰으로 불리운다. 모두 휴대폰을 별도로 구매한 뒤 통신사·요금제를 별도로 가입하는 국내 자급제폰과 같은 개념이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판매량에서 수위를 다투지만 언락폰 시장 상황은 조금 다르다. 자급제폰 시장의 1위는 모토로라를 인수한 중국의 레노버로, 올 2분기 점유율이 38.4%에 달한다. 2위인 삼성전자(21.2%)와 3위 애플(12.1%)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많다. 4위와 5위는 미국의 중저가 스마트폰 제조사인 BLU(8.1%)와 구글(7.1%)이다. 상위 3개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두 자릿수로 껑충 뛰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IDC는 “삼성전자와 레노버를 비롯한 제조사들의 신제품이 소매점과 전자상거래 채널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4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자급제폰은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전체에서 약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신사의 보조금 없이 구매해야 해 초기 비용은 다소 높지만 약정에 묶이지 않고 고가 요금 대신 자신에게 딱 맞는 저렴한 요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이해도가 높은 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해외에서도 심(SIM)카드를 구매해 장착하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고관여 사용자가 많은 한국에서는 자급제폰 이용자 비중이 전체 시장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자급제폰 이용률은 2021년에 20.4%였지만 올해 3월 기준으로는 33.7%까지 높아졌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자급제폰의 인기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1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비교적 중저가 스마트폰이 주로 팔리는 시장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고가폰 비중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I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자급제폰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지난해 627달러(약 83만 원)로 2년 전 506달러 대비 23.9% 상승했다. 고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이 올라가면서 통신 비용이라도 낮춰 부담을 줄이려는 사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시장 확대 속에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도 자급제폰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홈페이지 내에 ‘언락폰’ 판매를 위한 별도 웹페이지를 만들어 자급제폰의 장점과 함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 제조사들도 같은 방식의 판매 전략을 취하면서 시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가·지역별 상황에 맞춰 최대한 많은 제품을 자급제폰으로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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