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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처럼 얽힌 PF 공동대출…1건만 연체돼도 조합 연쇄부실

■지역 농축협 건전성 초비상

공동대출 연체율 1년반 새 7배↑

부동산침체로 연체·부실 악순환

연체율 상위 조합 4년째 그대로

"중앙회도 관리·감독 소홀" 지적

통폐합 통한 구조조정 목소리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의 일곱 번째 일정으로 행안부, 농림부, 해수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와 5개 상호금융중앙회 대표이사들과 만나 상호금융권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위원회




연체율이 10% 이상인 지역 농·축협 숫자가 지난 1년 사이 급등한 배경에는 공동 대출 부실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에 흩어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2개 이상의 조합이 자금을 공급해주는 공동 대출은 농촌 지역의 고령화로 예금이자 수익이 줄어든 지역 농·축협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면서 공동 대출은 ‘부동산 PF 사업 중단→연체율 급등→재정 건정성 악화’의 고리를 타고 지역 농·축협의 숨통을 죄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농·축협 간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공동 대출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관리·감독 강화와 함께 건전성이 악화된 조합 간 통폐합과 같은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1일 농협중앙회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11개 농·축협의 공동 대출 연체율은 지난달 말 기준 13.7%에 육박했다. 공동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에도 7.4%를 기록해 매우 높은 수준이었는데 8개월 만에 연체율이 2배 더 높아진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직전인 2022년 말(1.9%)과 비교하면 7배 이상 폭등했다.

총 대출 연체율이 10% 이상인 농·축협 수가 2022년 6개에서 2023년 26개, 지난달 말 85개로 매년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부동산 PF 대출을 중심으로 한 공동 대출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 업계와 당국의 설명이다. 부동산 PF 대출은 규모가 큰 만큼 대출 1건에서만 연체가 발생해도 전체 연체율이 크게 뛰어오르는데 이 대출에 여러 조합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대출 1건의 연체가 단일 조합이 아닌 여러 조합의 건전성을 한 번에 급격하게 악화시키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개별 조합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농협중앙회가 각 농·축협의 건전성 관리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전체 1111개 조합 중 최고 연체율 수치는 2020년 11.4%에서 2021년 17.7%로 높아졌고, 2022년부터는 30%대로 급등한 상태였다. 연체율 상위 1~10개 조합의 연체율 구간 역시 2020년 말 8~11%대에서 지난달 말 기준 15~33%대로 전반적인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수년간 연체율을 낮추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의미다.

연체율이 치솟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주요 조합 특별 점검에 나서기도 했지만 조합들의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연체 채권을 매각해 건전성을 높여야 하는데 개별 조합에서는 시간이 조금 지나면 부동산 시장이 괜찮아질 것으로 기대해 부실 채권을 매각하지 않고 버티는 모습”이라며 “조합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해 건전성을 높일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부실 채권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부실 조합에 대한 적기 시정 조치를 금융 당국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상호금융 규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한 상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9일 상호금융권 간담회에서 “부동산 PF 문제의 신속한 해결이 급선무”라며 “상호금융권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여타 금융권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아 왔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동일 업무-동일 규제’라는 대원칙 아래 타 금융기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 체계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농협을 비롯한 상호금융권에서는 “각종 규제 도입 시 인력과 자원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세 조합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반발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영세 조합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농협 조합이 1111개에 달하다 보니 중앙회 차원에서 면밀한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농협의 경우 2000년 1618개에서 올해 544개로 대규모 구조 개선을 단행하고 개별 조합을 규모화했는데 국내는 같은 기간 1383개에서 1111개로 20% 줄어드는 데 그친 바 있다.

한두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이 늘면서 지난해 새마을금고 사태뿐만 아니라 농협에서도 금융 사고가 계속 나고 있다”며 “조합원이 1000명도 안 되는 곳에서는 사실 금융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운데 현재 농촌 소멸,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통폐합을 통해 농·축협 단위 조합을 규모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역 농·축협의 부실 조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자산 건전성에 문제가 커지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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