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공제회가 9~10월 약 2조 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출자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펀드레이징 경쟁에 불이 붙었다. 검증된 대형 운용사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대형 PEF로의 쏠림이 발생했던 상반기와 같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공제(5800억 원)·국민연금공단(5500억 원)·MG새마을금고(5000억 원)·과학기술인공제회(2650억 원)·군인공제회(900억 원)·사학연금(2600억 원)·우정사업본부 등 출자 콘테스트가 진행 중이거나 앞두고 있다. 이미 블라인드펀드 펀딩을 마친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스틱인베스트먼트, UCK파트너스 등 일부 운용사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중복 경쟁을 펼치게 됐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하반기 출자 사업을 접으면서 PEF들은 더욱 절실하게 콘테스트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상반기에는 올해 펀딩을 시작한 운용사(GP)간 경쟁이었다면 지금은 펀딩 시한이 다가온 곳까지 가세해 더 치열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세부 프리젠테이션(PT)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10월에는 하루 휴가조차 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대표적으로 MBK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JKL파트너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은 노란우산공제와 과기공에서 똑같이 맞붙는다. 노란우산과 과기공 모두 지난달 30일로 접수를 마감했고 추석 연휴 뒤 숏리스트 선정, 10월 초 PT까지 상당히 유사한 프로세스를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공단 출자사업을 따낸 MBK파트너스와 프랙시스캐피탈,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 승자 독식 구도를 이어갈지가 관전 포인트다.
서원철 노란우산공제 자산운용본부장(CIO)의 첫 출자 사업인 블라인드 PE펀드 선정 공모는 총 4700억 원 규모다. 27곳의 PEF가 뛰어들었다.
4곳에 총 2800억 원을 출자하는 일반 분야에는 MBK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JKL파트너스, 한투PE, 큐캐피탈파트너스, 제이앤PE 등 9곳이 참여했다.
하우스당 300억 원이 배정된 소형 분야는 3곳을 뽑는데 대신프라이빗에쿼티(PE), LB프라이빗에쿼티,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 등 13곳이 신청해 경쟁률이 무려 4:1이 넘는다. 크레딧 분야의 경우 2개사에 1000억 원을 투입하는데 스틱인베스트먼트 크레딧본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IMM크레딧앤솔루션(ICS), 글랜우드크레딧, VIG얼터너티브크레딧 등 대형PEF 크레딧 계열사를 중심으로 5곳이 뛰어들었다.
노란우산공제는 이와 별개로 벤처캐피털(VC)을 대상으로 총1100억 원 규모의 국내 블라인드 VC펀드 출자사업을 진행한다. 이달 24일까지 접수를 받으며 최대 9개사를 뽑을 계획이다.
과기공은 결성 목표액 3000억 원 이상인 대형 2곳에 총 1000억 원을, 중형 2곳에는 총 600억 원을 배정했다. 대형 부문에는 MBK파트너스,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JKL파트너스, VIG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제이앤PE, ICS 등 9곳이 지원했다. 4.5:1의 경쟁률이다. 중형 부문에서도 큐리어스파트너스, 큐캐피탈파트너스, 대신PE 등 11곳이나 몰렸다.
안정성이 높은 크레딧 분야 출자사업 규모가 부쩍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크레딧 투자는 원금 보호를 위한 투자 구조가 확보된 대출채권,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중위험·중수익 투자로 분류된다.
출자사업을 재개한 새마을금고는 13일까지 위탁펀드용 대체투자 운용사 제안서를 접수 받는다. 메자닌 전략의 크레딧 분야 5개사에 4000억 원을, 바이아웃 및 그로스 전략의 에쿼티 2개사에 1000억 원을 투입한다. IMM인베스트먼트, VIG파트너스, 센트로이드, JKL파트너스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계획이 없다.
군인공제회 크레딧펀드 출자 사업에는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글랜우드크레딧, ICS, 스틱인베스트먼트 크레딧본부, 큐리어스파트너스 등 5곳이 숏리스트에 올라 11일 PT를 진행했다. 크레딧 펀드 출자에 처음 나선 군공은 총 900억 원을 3곳의 하우스에 출자한다. 박화재 군공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첫 사업이다.
국민연금도 총 3500억 원 규모의 크레딧·부실자산 부문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3개사를 선정해 1000억 원에서 1500억 원 사이를 배정할 계획이다. 스틱 크레딧본부, ICS, 큐리어스파트너스, 글랜우드크레딧 등 6곳이 PT를 통해 최종 경쟁을 펼친다. 또 국민연금은 벤처펀드 4곳에 총 2000억 원을 출자하는 사업에 대해 이달 중 제안서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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