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실감 미디어 업계 선두 기업 닷밀이 코스닥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실감 마디어는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몰입감과 현장감을 높이는 디지털 미디어를 의미한다. 닷밀은 매년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주가매출비율(PSR) 비교 방식을 사용했지만 이 과정에서 헬로키티로 유명한 일본 기업 산리오를 비교 기업(피어) 그룹에 포함해 몸값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닷밀은 자사의 공모가 할인 전 기업가치를 1450억 원으로 제시했다. 비교 기업의 PSR 평균인 6.65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매출액 233억 원을 곱한 결과다. 여기에 코스닥 공모주 평균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해 구한 공모가 범위가 1만 1000~1만 3000원(공모액 132억~156억 원)이다.
PSR은 기업의 주가가 주당매출액(SPS)의 몇 배인 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적자를 내거나 순이익이 미미해 주가수익비율(PER) 비교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지만 매출이 고속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주로 사용한다. 현재 이익을 내지 않고 있더라도 해당 산업의 높은 성장성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닷밀의 매출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41% 이상 성장했고, 국내 실감 미디어 시장 역시 매출이 2021년 5조 1000억 원에서 2027년 9조 5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이다.
문제는 닷밀의 피어그룹 선정의 적절성 여부다. 닷밀은 코스닥 상장사인 위지윅스튜디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팔콘스 비욘드 글로벌,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산리오 등 3개사를 피어로 제시했다. PSR배수(시장 조정 반영 기준)는 각각 4.3배, 7.07배, 8.57배다. 산리오가 PSR배수 평균을 끌어올린 것이다.
산리오는 자체 캐릭터 IP를 바탕으로 한 상품을 기획, 판매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은 헬로키티와 최근 국내 MZ(밀레니얼+Z세대)세대들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쿠로미 등이 대표 캐릭터다. 지난해 매출이 8663억 원의 86.5%가 캐릭터 상품 및 라이센스 판매를 통해 나왔다. 영상 증강현실(AR) 기술에 기반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닷밀의 비교기업이 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닷밀과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산리오가 자사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세계관을 확장한 몰입형 테마파크를 선보이고 있다”며 “산리오의 신사업 확장은 닷밀이 추구하는 테마파크 확장 사업 모델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리오의 테마파크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캐릭터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닷밀과 차이가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크래프톤(259960)이 상장 과정에서 디즈니를 비교기업으로 넣었다가 논란이 일었는데, 닷밀도 비슷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케이카(381970)·블루엠텍(439580)·셀리버리(268600) 등 PSR 비교 방식을 사용한 기업들이 대부분 고평가 논란 끝에 상장 후 주가가 부진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올 6월 상장했던 그리드위즈(453450)도 PSR 방식으로 데뷔를 했는데 현재 주가가 공모가 대비 30% 이상 빠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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