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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표절 논란'에 지치는 게이머…"IP 저작권 침해 두려움 높여야"

'아키에이지 워' 표절 소송 중

개발사, 같은 IP 활용한 프로젝트 착수

다크앤다커도 소송 중 모바일 버전 개발

판결 늦고 기준 불명확…"제작 윤리 낮아"

문화 대표 산업 성장 위해 저작권 인식 해결해야

챗GPT의 DALL-E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게임 표절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확산하는 가운데 여전히 일부 개발사들이 송사 중인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개발을 이어가면서 ‘개발 윤리’의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 중 하나로 성장 중인 ‘K-게임’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업계에 만연한 저작권에 대한 불감증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에지의 IP를 활용한 신작 게임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특허청에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엔씨소프트(036570)가 자사 대표작인 ‘리니지2M’을 표절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아키에이지 워’와 같은 IP를 쓰는 게임이다. 아키에이지는 국내 게임업계 1세대 개발자로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리니지’ 개발에 핵심적인 기여를 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최고창의력책임자(CCO)가 내놓은 작품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월 카카오게임즈(293490)가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에서 리니지2M의 콘텐츠·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아키에이지 워의 표절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고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의 구체적인 게임 콘텐츠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여서 차기작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 자체는 문제삼기 어렵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게이머들이 인정할 정도로 표절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 같은 IP를 곧장 활용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엑스엘게임즈의 모회사인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아키에이지의 IP를 활용한 프로젝트로 게임 형식이나 출시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공개 예정"이라며 “소송 중인 게임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 업계가 과거 리니지의 성공을 토양삼아 성장한 영향이 크다 보니 이 게임과 엔씨소프트는 저작권 소송에서 특히 자주 등장한다. 엔씨는 2021년 6월 웹젠의 ‘R2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8월 승소했다. 이를 토대로 손해배상금 규모를 600억 원으로 높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올 2월에는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한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 ‘롬(ROM)’이 ‘리니지W’를 모방했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표절 소송 중인 게임의 후속작이 버젓이 개발되는 상황은 최근 들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PC게임 ‘다크 앤 다커’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넥슨은 퇴직 개발자들이 설립한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가 자사의 신작 프로젝트였던 P3와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법적 공방 중이다. 이와 관련한 1심 판결이 다음 달 24일 나올 예정인 가운데, 다크 앤 다커 IP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크래프톤(259960)은 해당 게임의 모바일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포켓몬스터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닌텐도로부터 소송을 당한 일본 개발사 포켓페어의 ‘팰월드’ IP로도 모바일 게임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표절 논란이 갈수록 커지는 건 낮은 개발 윤리와 늦은 법원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게임 표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건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지고 판결 또한 빠르게 나오기 어렵다. 여기에 2심, 3심까지 송사가 이어지면 수 년 동안 법원에 발이 묶이는데, 뒤늦게 판결이 나와도 그 사이 충분한 매출을 거둘 수 있다 보니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걸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IP나 게임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돈을 쓰는 것보다 표절로 단기간에 ‘한 탕’을 챙기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음악 업계 등 다른 콘텐츠 산업에 비하면 표절에 대한 처벌 수위는 물론 게임 업계 자체의 제작 윤리 인식 또한 지나치게 낮다”고 꼬집었다.

국산 게임이 문화 콘텐츠 분야의 새로운 ‘킬러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IP 저작권에 대한 낮은 인식은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발 비용 회수 등의 이유로 업계 차원의 자발적 개선이 쉽지 않은 만큼 법원의 엄정한 판단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신진 홍익대 게임학부 교수는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패널티를 더욱 강하게 줘 ‘카피캣’에 대한 두려움을 높여야 한다”며 “게임 산업이 고도화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IP 저작권 문제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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