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으로 채권 가격 부담이 완화되자 앞다퉈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전 조달을 마무리해 금융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005300)음료를 시작으로 14개 기업들이 이번 주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는다. 롯데칠성음료는 전날 700억 원어치 회사채(신용등급 AA급 3년 만기)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해 총 56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롯데칠성음료는 금리 희망 범위(밴드)로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해 -10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발행일은 다음 달 2일이다.
4곳의 기업들이 수요예측을 동시에 진행하는 날도 있다. GS에너지, 신세계(004170), LS ELECTRIC(010120)(엘에스일렉트릭), HD현대오일뱅크, SK리츠(395400), KCC(002380) 등 신용등급 ‘AA’급대 우량채가 대부분이다. 가장 높은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KT&G(033780)도 26일 2000억 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동양생명(082640)·우리금융지주(316140) 등 자본성 증권 발행도 이어진다.
앞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 한 차례 신규 발행 물량을 쏟아냈던 기업들이 다시 한번 회사채를 찍기 위해 대거 나선 건 채권 가격에 선반영됐던 빅컷이 예상대로 나타나자 이번에는 다음 달 11일로 예정된 금통위 전 금융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국고채 3년물과 일반 회사채 ‘AA-’급 금리가 이달 13일 대비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신용 스프레드(회사채 금리-국고채 금리)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 채권시장이 빅컷을 안정적으로 소화했다는 의미다.
동시에 국고채나 공사채 대비 금리 수준이 높은 여신전문금융채권, 일반 회사채 등은 금리 인하 시기 투자 매력이 유효해 당분간 견조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인하 폭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4분기부터 본격화될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나 신용 위험 사건(크레디트 이벤트) 발생의 영향은 아닌 만큼 국고채 금리와 함께 신용채권 금리도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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