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승용차 시장은 2030년 500만 대까지 덩치를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 ‘기회의 땅’이다. 1996년 인도에 첫 발을 내디딘 현대차(005380)가 최근 현지화 전략 등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리면서 날개를 펴고 있다. 올해 말로 예정된 기업공개(IPO) 절차도 속도를 내면서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기아(000270)는 딜러십 강화 등 내실을 다지면서 내년 신차 준비에 집중한다.
25일 현대차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 법인(HMI)의 1~8월 누적 판매량은 51만 3499대로 2021년(45만 223대) 대비 1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판매량은 40만 8299대로 3년 만에 4만 대 이상 증가했으며 수출 물량도 2만 대가량 늘어난 10만 5200대로 집계됐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질주하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에 설립된 인도기술연구소를 통해 인도 시장을 꼼꼼히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차량을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차량은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다. 크레타는 저렴하지만 넉넉한 실내 공간을 제공하며 올해 8월까지 인도 내수에서만 13만 4732대가 판매됐다. 전체의 32% 수준이다. 이 외에도 현대차는 총 11가지의 차량 라인업을 구성해 인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1996년 인도에 첫발을 디딘 현대차가 노력의 결실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인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잇따라 백기를 들고 떠난 바 있다. 북미 1위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시장점유율 확보에 실패해 2017년 철수했으며 25년간 인도 시장을 공략한 포드도 수익성 문제로 2021년 사업을 종료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포기하지 않고 인도에서 수십 년간 신뢰를 쌓아온 결과”라며 “지난해 8월 GM 인도 법인에서 인수한 탈레가온 공장까지 가동하게 되면 현지에서 더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도 승용차 시장은 판매량 제고를 목표하는 현대차에게 포기할 수 있는 시장이다. 우수한 노동력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자원도 풍부하다. 인도 정부도 2030년까지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목표를 세우는 등 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제 혜택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전기차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금도 제공한다.
이르면 10월로 예정된 현대차 인도 법인의 IPO가 성공하면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현지 언론과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 인도 법인은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인도 시장 규제 당국의 예비 승인을 획득했다. IPO 최종 승인이 이뤄질 경우 현대차 인도 법인은 인도 증시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30억 달러(약 3조 9900억 원)를 조달하게 된다. 조달한 자금은 현지 생산 시설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후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의 경쟁력도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한편 2019년 인도에 진출한 기아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4개 차종을 인도에서 판매 중인 기아는 신차 부족 등으로 올해 8월 누적 판매량 18만 6201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22만 9447대) 대비 18.8% 하락한 다소 부진한 성적표다. 신차 출시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차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기아 측의 설명이다. 다만 기아는 무리한 판촉 비용을 투입하기보다 딜러 채널 강화 등 기초 체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내년 이후의 신차 준비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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