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에 법인세수가 급감하면서 올해 약 30조 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규모인 지난해 56조 4000억 원에 이은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나라 곳간이 비면서 정부의 경기 대응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6일 발표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 7000억 원으로 세입예산(367조 3000억 원)보다 29조 6000억 원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수 오차는 8.1%로 전년(14.1%)보다 줄었지만 최근 4년간 오차 금액만 200조 원에 달한다.
세수 부진의 원인은 법인세 감소다. 올해 법인세 결손액은 14조 5000억 원으로 전체 부족분의 49%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거래 둔화에 따른 양도소득세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양도세는 당초 목표보다 5조 8000억 원 덜 걷힐 것으로 관측된다. 고물가에 유류세 인하 조치가 지속됐던 것도 한몫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만 4조 1000억 원의 마이너스가 예상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중간예납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 대신 기금의 여윳돈을 활용해 세수 결손을 메우기로 했다.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에 돈을 쓰지 않는 방식(불용)도 추진한다. 하지만 내수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기금·불용 카드만으로 대응하기에는 결손 금액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이전 재원도 자동적으로 줄어든다. 관련 법에 따라 내국세의 약 40%는 지방교부세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만 12조 원에 이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4년간 세수 추계 오차가 반복된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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