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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금력 앞세워 물량공세…'릴숏' 등 月 300억 이상 쓸어담아

[K콘텐츠 흔드는 숏폼]

<상> 드라마까지 점령한 中숏폼

'드라마박스' 등 글로벌시장 잠식

K콘텐츠 수출전략에 장애물 우려

네카오·크래프톤 등 韓기업 참전

숏폼 전반 아우를 토종플랫폼 시급

중국 숏폼 드라마 플랫폼 '릴스'에서 공개된 '환생 후, 전 남친의 삼촌과 결혼했어'의 소개 이미지.






# “태영그룹의 비밀을 가져오면 우린 결혼할 수 있어.” 기업 경영권을 빼앗은 남자는 목표를 이룬 후 자신을 위해 기밀을 빼온 여자에게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른다. 그리고는 그녀의 언니와 손을 잡고 유유히 빠져나간다. 이 같은 막장 드라마 스토리가 30초 만에 빠르게 전개된다. 중국 숏폼 드라마 플랫폼 ‘릴숏’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환생 후 전 남친의 삼촌과 결혼했어’의 한 회차분 영상은 올라오자마자 30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 틱톡으로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개척한 중국이 숏폼 드라마 시장으로까지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숏폼 드라마 시장의 성장은 그 자체를 넘어 중국이 숏폼을 글로벌 콘텐츠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삼으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나날이 영향력을 확대할수록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K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임을 위시해 영화·드라마·음악 등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확보한 입지를 유지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방대한 시장과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과 정면 승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콘텐츠의 질적인 우위 확보 등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틱톡·쇼츠·릴스 몸값만 823조 원 추정…거대해지는 숏폼 시장=콘텐츠 업계에서 숏폼이 새로운 시장을 열어젖힌 가운데 관련 시장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투자은행(IB) 니드햄은 틱톡의 브랜드 추산 가치를 2180억 달러(약 286조 원)로 분석했다.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의 경우 각각 2030억 달러(약 266조 원), 2060억 원(약 270조 원)의 브랜드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른바 ‘숏폼 3강’으로 꼽히는 세 브랜드 가치만 6270억 달러(약 823조 원)에 달하는 셈이다.

최근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숏폼 드라마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적의 스토리매트릭스가 개발한 ‘드라마박스’ 앱은 8월 한 달 동안 3300만 달러(약 431억 원)의 인앱결제 수익을 거뒀다. 이 앱 개발사의 국적은 싱가포르지만 사실상 중국 플랫폼이다. 또 다른 숏폼 드라마 대표 주자인 중국 COL그룹의 릴숏은 같은 기간 2330만 달러(약 304억 원)를 벌어들였다. 릴숏은 지난해 11월 미국 iOS 엔터테인먼트 부분에서 틱톡을 제치고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숏폼 이용자들 또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틱톡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6억 명으로 인스타그램(20억 명)과 유튜브(25억 명)를 바짝 뒤쫓고 있다. 미래에는 숏폼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태티스타는 올해 400억 달러(52조 원) 규모인 전 세계 숏폼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6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롱폼’ 중심 韓 콘텐츠 산업 위협…숏폼 드라마 플랫폼 속속 등장=미국·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숏폼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한국의 콘텐츠 수출 전략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영화·드라마 등 숏폼과 정반대인 완결성을 갖춘 긴 호흡의 ‘롱폼’ 콘텐츠가 강점인데 숏폼으로의 콘텐츠 소비 트렌드 변화가 이뤄지면 관심도가 낮아지고 이용자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K콘텐츠의 성적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상반기에 음악·영상 저작권으로만 6억 1300만 달러(약 80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지만 전체 K콘텐츠 수출 중 숏폼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36%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콘텐츠 소비 흐름이 숏폼으로 바뀌고 중국의 ‘애국 소비’ 등으로 판도가 급변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시장 변화 속에서 국내 기업들도 다방면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숏폼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뛰어드는 한국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클립’과 카카오톡 ‘펑’을 통해 숏폼 기능을 시험하고 있다. 네이버는 상반기에 총 12억 원을 내걸고 클립 크리에이터 육성을 시도했고 하반기에는 혜택 규모를 두 배로 키웠다.

숏폼 드라마에 투자하는 기업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크래프톤의 자회사 띵스플로우는 다음 달 숏폼 드라마 플랫폼 ‘스토리 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왓챠는 이달 ‘숏차’를 새롭게 론칭했다. 스푼랩스(비글루)와 폭스미디어(탑릴스)는 이보다 앞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리디도 숏폼 드라마 사업 초기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까지 두 자릿수의 국내 숏폼 드라마 플랫폼이 더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숏폼 전반을 아우르는 토종 플랫폼이 없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숏폼에 있어서는 국내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며 “아무리 한국이 콘텐츠에 강점이 있다 하더라도 플랫폼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콘텐츠만으로는 경쟁하기가 버겁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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