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의 관찰 대상국 지정을 피해 ‘선진 시장’ 지위를 유지한다. 15년 만에 선진 시장 지위로부터 강등돼 외국계 자금이 이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다만 정부의 예고대로 내년 3월까지 공매도를 재개해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게 됐다.
8일(현지 시간) 글로벌 지수 제공 업체인 영국 FTSE 러셀은 ‘2024년 10월 FTSE 채권시장 국가 분류’에서 한국 증시를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FTSE 러셀은 각 국가의 주식시장을 ‘선진 시장, 선진 신흥 시장, 신흥 시장, 프런티어 시장’의 네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관찰 대상국 지정은 2009년 이후 한국 시장이 유지해온 선진 시장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가 있다.
이번 시장 분류를 앞두고 그간 한국이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영향이 컸다. 우리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셈이 됐다.
이번 결정으로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국내 증시에 ‘추가 악재’라는 우려는 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찰 대상국 지정은 FTSE 지수를 추종하는 유럽과 홍콩계 자금이 이탈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높아질 경우 원화 안정성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주식시장 수급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FTSE 러셀은 이번에도 공매도 재개가 신속하게 달성되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SE 러셀은 “공매도 금지 조치는 차입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유동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국을 관찰 대상국에 올리지 않은 것은 공매도 재개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번 시장 분류를 앞두고 공매도 금지 조처가 한시적이고 내년 3월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적극 피력해왔다. FTSE 러셀의 다음 정례 시장 분류는 내년 4월 8일로 예정돼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