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화량이 세 달 연속 6%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인 긴축기에도 유동성이 계속 풀린 것으로 이대로라면 향후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16일 발표한 ‘2024년 8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8월 광의통화(M2)는 평균 잔액 기준 전월 대비 7조 6000억 원(0.2%) 늘어난 4062조 6000억 원을 기록했다.
M2는 지난해 6월부터 증가해 15개월째 상승세다. 특히 8월 M2의 경우 전년 대비 6.1% 불어나 6월(6.1%)과 7월(6.2%)에 이어 6%대 증가세를 보였다.
한은은 8월 M2 증가는 예금 급증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달간 정기 예적금이 11조 5000억 원이나 불어났다. 한은은 예대율 관리를 위한 은행들의 자금 유치 노력과 금리 고점 인식에 따른 예치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통화량 증가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8월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기 전으로 긴축이 이뤄지던 때다. 그런 데도 시중 유동성이 계속 늘었던 것으로 시중 유동성이 늘면 부동산 시장이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이후 M2 증가율이 주택 가격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M2 증가율은 이 기간 가장 높은 11.7%를 기록했는데 이후 2022년 실질 주택 가격 상승률은 14%까지 뛰었다. 이 역시 10년 새 최대 상승률이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3.8%에서 올해 1~7월 7.5%로 늘었다. 같은 기간 M2 증가율은 2.9%에서 5.1%로 상승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 교수는 “M2 증가율이 지난해 6월부터 2%대로 꺾이다 최근 6%대로 증가한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세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M2는 일종의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이 돈이 부동산 혹은 주식시장으로 흘러갈지는 그때의 대기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는 주식 자금 수요가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8월 M2 중 수익성증권은 코스피와 코스닥 등 증시 부진에 2000억 원 느는 데 그쳐 전달(10조 8000억 원)보다 상승 폭이 크게 축소됐다. 전월 대비 상승률로는 0.1%를 기록해 전달(3.2%)보다 큰 폭으로 낮아졌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10월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앞으로 유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더 크다”면서 “이미 과열된 부동산 시장 가격을 완만히 끌어올릴 수 있는 한편 저평가돼 있는 주가지수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통화량을 겨냥해 정책을 펴지는 않지만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신중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직 한은 고위 관계자는 “전년 대비 기준으로 M2 증가세가 마음에 걸리는 측면이 있다”며 “M2는 후행 지표라 금융 당국의 규제 효과가 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긴축 상태에서도 (주담대 등) 대출이 많이 늘어나면 M2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뒤집어 보면 기준금리 인하 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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