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전 사장이 23일 전기요금 인상 관련 기자 브리핑에서 “전기요금 조정이 지연되면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전력망 투자를 위해서라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전 측의 설명인데 산업용 요금 인상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인공지능(AI) 확대와 빨라지는 전기화로 전력망 투자 비용을 56조 5000억 원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36년까지 56조 원을 투입해 송전선로와 변전소 336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누적 적자 41조 원, 부채 200조 원에 달하는 한전이 가정용 요금을 동결한 채 경제계에 부담이 큰 산업용 요금 인상만으로 전력망 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전이 부담할 이자만 하루 130억 원에 달해 한전이 연간 4조~5조 원의 이익을 내도 부채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업용 요금뿐만 아니라 1년 5개월째 동결하고 있는 가정용 요금을 현실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번에 전기요금 올리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과 무관하고 내년 상반기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5배)를 넘지 않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면서 “이번 정부가 천명한 원가주의와 무관하고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고육지책인 만큼 지금이라도 가정용·농사용 요금도 같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전력망 건설이 주민 반대와 인허가 절차 문제로 상당 기간 지연되면서 전력망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큰 문제이다. 한전은 200조 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어 추가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전략망 확충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서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을 통해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무 구조가 취약한 한전이 송전망 구축을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도움을 받자는 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기관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하루빨리 통과시키고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전력망을 조기에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정치권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정부 보고를 서둘러 받아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고를 받지 않으면서 전력 수급의 큰 그림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전력망 투자 확대를 위해 제일 먼저 넘어서야 하는 것이 주민 수용성”이라 “주민 수용성도 못 넘으면서 전력망 투자 비용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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