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 아침부터 200여 명의 셰프들과 외식업 관계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김도윤 셰프, 조은주 셰프, 김태성 셰프 등 최근 큰 인기를 끈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들도 눈에 띄었다. 미쉐린 2스타이자 ‘2024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6위를 기록한 뉴욕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 대만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의 지미 림 셰프 등 해외 스타 셰프들도 자리했다.
국내외 미식 전문가들이 이날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2024 한식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식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한국의 장(醬) 문화, 미래 인재 양성, 글로벌 한식 비즈니스 등이 논의됐다.
특히 이날 참석자들이 주목한 것은 고추장, 된장, 간장 등 한국의 장이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는 이날 ‘오래된 미래: 한국의 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버터 없이 프랑스 요리를, 올리브 오일 없이 이탈리아 요리를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장 없이 한식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전통 장 문화는 한식의 핵심 요소이자 한식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단순히 장을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장이 음식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맛을 내는지 이해한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그 매력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컨퍼런스장 밖에는 찹쌀고추장, 대추고추장, 씨간장 등 전국 7개 종가의 전통 장류 14종과 장을 이용한 다양한 한식 메뉴, 디저트들이 마련됐다. 조선간장 결정으로 간을 맞춘 간장약과, 우유와 찹쌀로 끓인 타락죽에 된장으로 간을 한 곶감과 홍시 퓨레를 올린 홍시 타락죽, 김·들기름·간장으로 만든 소스를 넣은 들기름 비빔밥 등을 맛보기 위해 참석자들은 줄을 서기도 했다.
한편 장 담그기 문화는 2018년에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다. 올해 12월에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 유산에 등재될 예정이다. 전해웅 한식진흥원 이사장 직무대행은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의 장 문화를 조명하고 한식의 가치를 세계 무대로 확산할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앞으로도 한식의 고유한 맛과 철학이 글로벌 미식 산업에서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