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외국인 과학기술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파격적인 우대 정책을 펼친 지 오래다.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친 후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제3국으로 옮겨가지 않고 현지에 남아 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창업과 영주권 등에 필요한 자격도 대폭 완화하며 해외 두뇌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2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미국은 과학기술(STEM) 분야 외국인 학부·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최대 3년의 졸업 후 취업프로그램(OPT)을 지원하고 있다. 유학생은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해 학위를 취득하면 고용 등 증명을 통해 취업 비자를 새로 받아야 체류·근무가 가능하다. 반면 미국의 OPT는 유학생이 취업 비자를 받지 않고도 급여를 받으며 전공 분야의 사업장에서 실습할 기회를 준다. 기간은 최대 1년이지만 과학기술 분야만 일찍부터 3년으로 연장해 인재를 모으고 있다.
영국 역시 2022년 유사한 혜택을 마련했다. 같은 해 5월 시행된 ‘고도인재비자(HPI)’ 제도는 전 세계 상위 50위권 대학 출신의 인재가 고용 등 증명 없이도 첨단산업 분야에서 구직활동을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유학생에만 유사한 연구유학생(D-2-5) 비자가 발급된다. 정부는 7월 이 비자 대상을 세계 대학 평가 상위권의 국내 대학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고급 두뇌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21년 도입된 ‘테크 패스’ 특별비자는 기술기업인과 전문가 등 고급 인재에게 직접 사업을 하거나 투자하고 기업 임원도 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스타트업 창업도 가능하다. 유럽연합(EU) 역시 고연봉자 등 고급 인재에게 유럽 회원국에서 자유롭게 거주·취업하고 가족을 초청할 수 있으며 33개월이 지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블루카드’ 비자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도 ‘천인계획’을 통해 한국보다 3~4배 높은 연봉과 최장 10년의 장기 비자 혜택을 제시하며 인재 유치전에 나선 상태다.
과기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국이 인재 유치를 위해 외국인 비자 혜택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정부도 비자 혜택 하나하나를 맞추는 것을 넘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법무부 등 관계부처들이 범정부 차원에서 협력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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