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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의 자충수…신고서 허위 논란에 주주가치 명분도 잃어[시그널]

[고려아연 유상증자 제동]금감원, 주관사 현장검사 착수

공개매수 설명서에 계획 적시 않고

미래에셋證에 유증준비 실사 맡겨

"崔측 이전부터 염두" 추측 힘실려

특수관계인 청약제한도 비정상적

"K디스카운트 최악 사례" 비판도





고려아연(010130)이 30일 발표한 2조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하루 만에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회사에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한 직후 이보다 대폭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주주가치 역행을 자초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31일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은 이번 유증과 관련해 “시장의 불안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지, 의사 결정 과정이 투명한지 등을 모든 역량 동원해서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정 거래 등 위법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해당 회사뿐 아니라 관련 증권사에도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날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주관한 미래에셋증권(006800)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려아연이 공시한 지난 공개매수 설명서에 유증 관련 장기 계획을 적시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던 14일 미래에셋증권에 유증 준비를 위한 실사를 맡겼다. 이를 미루어 짐작해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공개매수 발표 당시 혹은 이전부터 대규모 유증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11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며 제출한 설명서에서 ‘공개매수자는 본 공개매수 이후 회사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 내용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 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했다. 이 시기 유증을 염두에 두던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및 공개매수 신고서 허위 기재 행위가 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개매수 설명서에 주당 67만 원의 유증 계획이 적시됐다면 모든 주주들이 89만 원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하지 않았겠냐’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려아연 주가는 전일 하한가에 이어 이날도 7.68%(8만 3000원) 급락해 99만 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고려아연이 이번 유증에서 일반공모 방식을 내세우며 특수관계인 포함 최대 3% 청약 제한 규정을 걸어둔 것도 비정상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000670)·MBK파트너스 측이 청약할 수 있는 물량을 묶어두기 위해 이런 전략을 썼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이 같은 유증 방식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없었던 사례이고 실무적으로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도 증권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최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2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차입을 회사에 일으켜 자사주 공개매수를 하면서도 주주가치 향상을 명분으로 앞세웠던 것 역시 이제는 크게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대규모 저가 유증을 발표함으로써 자기모순에 빠지는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최 회장과 고려아연 이사회가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부터 실시해왔던 각종 방어책들은 명분과 신뢰를 모두 잃게 됐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이날 시장에서는 “회사의 주인이 전체 주주라고 생각한다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발상(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최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사례(스마트카르마)”라는 거친 표현들까지 난무했다. 유증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소액주주들도 최 회장을 향한 비판 대열에 합류하는 등 파장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최 회장 측근들로만 구성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주장에는 명분이 더 실리게 됐다. 이르면 올해 말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중간 지대 주주들이 영풍·MBK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됐던 현대자동차·LG·한화 등 기업들에 이번 금융 당국의 제동과 시장의 반발이 큰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 현대차에서 고려아연 이사회에 파견한 기타비상무이사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 수차례 불참해왔다.

금감원이 고려아연 유증에 정정을 요구하면 최 회장 측의 의결권 확보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유증으로 발행되는 신주의 상장 예정일은 12월 18일로 잡혀있는데 이 일정이 늦춰지면 상장 예정일이 해를 넘길 수 있어서다. 주주명부는 연말에 확정된다. 이 경우 내년 정기 주총에서 이번 신주들은 의결권을 가질 수 없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와 관련해 “날짜 기재에 착오가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오해가 있어 금감원에 성실히 설명하고 있다”면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상증자는 계획대로 진행할 방침이고 금융 당국에서 정정 요구가 오면 이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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