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는 대신 두피에 패치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탈모를 치료할 수 있는 신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향후 기술 고도화를 통해 보다 간편한 탈모 치료법으로 상용화해 국내 1000만 탈모인의 고민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전용민 가천대 의공학과 교수와 권상직·조의식 전자공학과 교수, 권정혁 충북대 반도체공학부 교수, 퀀텀닷(양자점·QD) 필름소재 개발사 이노큐디 공동 연구팀이 실시간으로 광 파장 변환이 가능한 고출력 의료용 웨어러블(착용형) 양자점-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패치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9월 25일 게재됐다.
국내 탈모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먹는 치료제가 시판되고 있지만 장기 복용해야 하거나 일부 부작용 우려가 있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주로 쓰이는 신기술인 QD-OLED를 두피나 다른 탈모 부위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전자약으로 개발해 탈모 치료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했다. 빛으로 피부 세포를 자극해 미용 효과를 주는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처럼 모발의 성장을 담당하는 모유두세포를 자극해 탈모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QD-OLED가 전자약으로 개발된 사례는 이번이 세계 최초다.
퀀텀닷은 입자 크기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내는 작은 반도체 결정이다. 이를 빛을 내는 발광소자로 응용한 QD-OLED는 기존 LED보다 더 높은 발광 성능을 낼 수 있다. 이를 피부에 붙이는 패치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안전하도록 낮은 전압으로 작동하면서도 출력이 높아야 한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내도록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빛의 파장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유연해야 하는 것도 기본 조건이다. 기존 OLED는 이 같은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해 피부용 패치로 쓰이지 못했다.
연구팀은 ‘적층형 청색광 OLED’와 ‘다기능성 봉지막 필름’을 개발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적층형 청색광 OLED는 하나의 화소에 OLED를 여러 층으로 쌓아 낮은 전압으로도 출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단층보다 출력이 435% 향상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다기능성 봉지막 필름은 밀도가 높고 크기가 nm(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수준으로 미세한 고체 입자를 원자 단위의 증착 기술로 만든 얇은 막인 나노적층화층으로 만든 필름이다. 수분과 산소로부터 OLED를 보호하고 빛을 반사해 퀀텀닷의 광변환 효율을 기존 15%에서 68%까지 높여준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QD-OLED 패치를 모발 부위에 붙이고 실험한 결과 모유두세포가 기존보다 최대 23% 증식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후속연구를 통해 밴드 형태나 모자, 옷, 토시 등에 부착하는 형태의 패치를 개발하면 탈모 치료 분야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연구성과를 실시간으로 심박수를 측정하는 등 탈모 치료를 넘어 다양한 헬스케어(건강관리) 기술로 응용할 가능성도 확인했다. 전 교수는 “상용화 수준의 고출력·고신뢰성의 QD-OLED 패치 기술을 확보했다”며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전자약, 센서, 광의학 등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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