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1월 수상자로 정일문(사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 박사가 선정됐다.
6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정 박사는 아프리카 사막용 댐을 국내에 맞게 응용한 신기술 ‘바이패스(우회)형 샌드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함으로써 기존 다목적댐을 쓸 수 없는 물 공급 사각지대를 없애고 가뭄 대응력을 키우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연구성과는 2022년 ‘인터내셔널 소일 앤드 워터 컨서베이션 리서치’와 ‘워터’ 등 수자원공학 분야 국제학술지에 잇달아 게재됐다. 강원 춘천시 소양강 상류 지역에 상용화를 위한 시범용 댐도 운영 중이다. 정 박사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같은 기술 개발은 세계 최초”라며 “향후 상용화 시 국내뿐 아니라 해외 건조지역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상수도가 아닌 계곡수 등에 의존하는 수도 시설은 총 622개소다. 상수도 보급률이 98%에 달하지만 나머지 2% 지역은 여전히 다목적댐을 통해 안정적으로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받을 수 없어 가뭄에 크게 취약한 실정이다. 다목적댐은 물을 대용량으로 저장할 수 있지만 이보다 상류에 있거나 멀리 떨어진 산골 마을 같은 일부 소규모 지역들은 혜택을 못 누리는 것이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할 소형 댐이 필요하지만 저장용량이 작은 데다 계곡수 특성상 여름철에만 크게 범람해 일정하고 지속적인 물 공급이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이물질과 야생동물로 인한 수질 오염 관리도 어렵다.
정 박사 연구팀은 샌드댐에 주목했다. 샌드댐은 물을 모래 더미에 흡수시켰다가 조금씩 꺼내 쓰는 일종의 ‘모래 스펀지’다. 아프리카 사막처럼 비가 거의 오지 않고 강도 거의 흐르지 않는 건조 지역에서는 1년에 한두 번 내리는 비를 모래 더미에 흡수시켜 장기간 보관했다가 천천히 새어나오는 물을 지하수처럼 쓰는 샌드댐이 널리 쓰이고 있다. 모래에 갇힌 물은 잘 증발하지 않고 겨울철에도 얼지 않으며 모래가 이물질을 걸러주는 ‘천연 정수필터’ 역할도 해준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정 박사는 “2018년 환경부의 가뭄 대응 관련 연구과제에 참여하며 물 공급 소외지역에 맞는 댐 방식을 고민하다가 샌드댐에 착안한 아이디어를 냈다”며 “이를 국내 환경에 맞게 개량한 게 바이패스형 샌드댐”이라고 설명했다. 흐르는 계속에서는 모래 더미가 물살에 흩어져 샌드댐을 그대로 설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바이패스형 샌드댐은 계곡수의 흐름에서 벗어나 가장자리에 설치되고 유공관이라는 관을 통해 물을 저장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춘천 북산면 물로리 일원의 바이패스형 샌드댐 테스트베드(실증시험시설)을 통해 일 평균 281㎥, 최대 462㎥의 물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 박사는 “샌드댐은 모래 속에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가뭄에도 증발 손실이 없고 겨울철에도 얼지 않아 산간지역 물부족 해소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며 “춘천시 물로리 샌드댐이 성공적으로 운영된 만큼 앞으로 물공급 소외지역의 물 복지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